[데스크 진단]‘별그대’ 外傳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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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숙 기자
하임숙 기자
외계인 도민준과 국민스타 천송이는 결혼한 뒤 오히려 더 큰 인기를 누렸다. 둘의 사랑 이야기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공감을 얻으면서 두 사람의 인기는 대륙으로 뻗어 나갔다. 도민준은 중국의 방송에 한 번 출연하는 대가로 10억 원을 벌었다. 천송이와 함께 중국 생수기업 광고모델로도 발탁됐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아내가 한국에 와서 “내 남편이 ‘별에서 온 그대’였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그의 인기는 ‘1세대 한류’의 대표 주자 ‘대장금’의 인기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그 인기가 오히려 독이 됐다. 중국에서 ‘별그대’는 드라마 전용 사이트를 통해 방영됐다. 약 석 달에 걸쳐 방송된 ‘별그대’의 누적 클릭 수는 무려 6억6000만 건. 해당 사이트 역대 최대 건수였다. 유튜브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3년 만인 지난달, 그것도 전 세계인을 그러모아 20억 뷰를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고작 석 달 만에 한 나라에서만 일어난 일치곤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그러자 중국의 언론담당 기구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3, 4월 두 차례에 걸쳐 규제 조치를 내놨다. ‘폭력 방지’ 명목으로 인터넷 드라마·영화 프로그램에 대해 사전심의를 받도록 한 게 그 첫 번째 조치라는 게 중국경제금융센터의 전언이다. 추가로 내년 1월부터 황금시간대에 하나의 드라마를 3개 이상 채널에서 동시에 틀지 못하도록 했다.

한류드라마의 성공공식에 제동이 걸릴 건 뻔하다. 그동안 대장금 같은 한류 프로그램들은 후난위성TV가 발굴하고 전국의 40개 위성채널과 수많은 케이블채널이 동시에 방송하면서 중국 전역에 빠르게 확산됐던 터다.

그렇다고 배신감을 느낄 일은 아니다. 국빈 방문한 나라 국민을 위해 립 서비스를 하는 건 어디까지나 ‘외교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건 우리의 전략 부재다.

천송이가 좋아하는 야식 ‘치맥’(치킨+맥주)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우리 국민들은 ‘국민야식 수출국’이 됐다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살아난 건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외면당했던 중국의 축산농가였을 뿐이다. 하림, 마니커 같은 한국 닭고기 업체들의 주가는 월드컵 특수와 때 이른 무더위 등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별그대’ 방송 전과 비교해 8∼10% 오르는 데 그쳤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하림의 주가는 전년 말 대비 3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해외로 가는 발걸음이 잦은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경제 도약을 위해선 어디든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통령 순방길에 참여할 기업도 상시 공모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주 해외로 간다고,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고 저절로 경제가 도약하진 않을 것이다. 정책적 기획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정상끼리 만나는 자리에서, TV 화면이 비치는 곳에서 한국 상품과 한국 기업이 돋보일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그래야 외계로 영영 떠난 줄 알았던 도민준과 결혼하게 된 천송이가 한 말을 우리 국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하게 행복하다.”

하임숙 경제부 artemes@donga.com
#별그대#한류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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