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동부화재 오너지분 담보제공” 재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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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책임있는 자세 보여야”… 자율협약 이행과정 불씨 예고
동부측 “자칫 경영권만 뺏길 우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부그룹이 동부제철의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돌입으로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우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남호 씨의 동부화재 지분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그룹 간의 갈등이 더욱 표면화되고 있는 점이 걸림돌이다. 게다가 당초 계획했던 자산매각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언제든 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동부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며 남호 씨의 동부화재 지분 담보를 재차 요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김 회장 측이 동부화재 지분을 일찌감치 담보로 내놓았다면 자율협약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그룹 부실에 책임이 있는 오너 일가가 알짜 자산을 지키려고 시장을 위험에 빠뜨리며 버티기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그동안 추가 자금 지원을 위해 동부그룹의 실질적 대주주인 남호 씨가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14.06%)에 대해 추가 담보 설정을 요구해 왔지만 동부그룹 측이 이를 거부해 신경전을 벌여왔다.

금융권에서는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개시 이후 경영 정상화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은 약 3개월간의 실사를 거쳐 동부제철의 경영 현황과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신규자금 지원, 출자전환 등 회생 계획안을 마련한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7일 개시될 자율협약은 오너의 사재 출연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되겠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오너 일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끈질긴 압박에도 동부그룹이 버티는 데에는 김 회장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대학 4학년이던 1969년 자본금 2400만 원을 들여 동부그룹의 모태가 된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세웠다. 본인이 맨손으로 직접 일궈낸 회사이다 보니 경영권에 대한 방어 의식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남호 씨의 지분을 추가 담보로 내놓더라도 채권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며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채 금융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만 뺏기는 꼴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지난해 STX 자율협약 과정에서 지위를 잃은 강덕수 전 회장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비(非)금융 계열사를 포기하고 ‘꼬리 자르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부그룹 측은 “이제까지 이어져 온 재무구조 개선 작업 과정에서 동부의 의지나 목소리는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며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모든 것이 동부 측 과실로 비치지 않도록 채권단에 연대 책임의식을 요구한다”고 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당진발전 등 핵심 자산이 얼마나 빨리 팔리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자산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면 김 회장 측이 시간을 다소 벌 수 있겠지만 매각 작업이 지연된다면 오너 일가에 대한 채권단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임수 imsoo@donga.com·김지현 기자
#동부화재#산업은행#동부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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