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늘리고 팀 만들고… CEO부터 확 바뀌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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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 경쟁력이다]
안전경영을 위해 거듭나는 한국기업들

안전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국의 각 기업 사업장에서 대형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안전관리 투자 대폭 확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해 12월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국내 대표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각 기업들은 올해 안전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당시 삼성전자, LG화학 등 국내 40개 기업은 올해 화학물질과 관련한 노후·취약시설을 개선하는 데 1조5464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투자 금액 1조811억 원(추정)보다 43.0% 늘어난 것이다.

이 계획은 올 들어 더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안전 분야에 12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던 현대제철은 올해 2월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이 예산을 5000억 원으로 늘렸다. 현대중공업그룹도 13일 총 3000억 원의 예산을 안전경영에 투입해 계열사별 재해 위험요인과 예방대책들을 점검하고 보완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은 이미 지난해 8월 2013∼2014년 화재예방 설비, 노후 설비 교체, 안전 교육 등 안전·환경 강화에만 총 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은 안전관리 전담 조직을 신설 또는 확대하고 권한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경총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국내 46개 화학물질 취급 기업들은 안전관리 전문 인력을 2012년 1126명에서 지난해 1763명으로 56.6% 늘렸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회사 전체의 안전·환경을 총괄하는 안전환경기획실, 안전보건기획팀, 환경방재기획팀 등의 조직을 신설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환경안전그룹을 본부로 격상시켰고,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위원장을 맡은 환경안전보건 경영위원회를 매월 한 차례씩 열고 있다. LG화학은 각 사업본부 산하에 있던 주요 공장들의 안전 관련 조직을 통합해 CEO 직속으로 이관했다. 또 안전환경진단팀도 신설했다.

한화도 비상사태 발생 시 그룹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개발하고 안전·환경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환경연구소라는 별도 조직을 운영 중이다. 포스코는 사고가 발생하면 글로벌안전보건그룹 재난관리팀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각 사업장의 전담부서가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현장 및 사무실에 배치된 안전관리 전담 인원을 총 150여 명으로 늘렸다.

해외에선 이미 안전경영이 대세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안전경영을 기업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곳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사업장’으로 꼽히는 미국 듀폰이 대표적이다. 듀폰의 안전경영 역사는 19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듀폰은 이때부터 쌓은 안전관리 역량을 1970년대 들어 아예 비즈니스로 발전시켰다. 듀폰 안전보호사업부가 자사 사업장의 안전을 위해 제작했던 각종 안전장비를 외부에 판매하기 시작했고, 사내 안전 전문가들은 다른 기업으로 가 안전관리 컨설팅도 하고 있다. 지난해 듀폰이 안전사업 부문에서 번 돈은 약 4조 원에 이른다.

다국적 에너지기업 셸은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세계 모든 지역에 단일한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청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셸은 세계적으로 10만 명이 넘는 직원들의 모든 의료기록을 직접 관리하면서 작업 환경에 대한 개선점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동종 업계 최저 사고율을 자랑하는 오티스 엘리베이터(오티스)의 ‘2진 아웃’ 제도도 엄격한 안전 기준의 한 사례다. 오티스는 200여 개국에서 일하는 6만여 명의 전 직원에게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오티스 직원은 모든 작업현장에서 지켜야 하는 안전 수칙을 한 차례 위반하면 최소 일주일간 정직을 당하고, 2박 3일간 안전 아카데미에 들어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 두 번째 안전 수칙을 어긴 직원들은 2진 아웃 제도에 의해 해고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액센추어의 다비드 넬리센 환경·건강·안전 담당 매니징 디렉터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전 세계 어느 공장을 방문하더라도 안전관리가 회사 DNA의 일부가 돼 있다는 점이 바로 느껴진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혁신에 할당된 예산의 20∼30%를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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