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5월 잔혹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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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시장 이어 분양도…, 수도권 이어 지방마저…
전월세 과세 방침 이후 부동산 침체 가속화

최근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진행된 2건의 분양은 요즘 주택시장의 흐름을 또렷이 반영해 건설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달 초 먼저 분양에 나선 신안인스빌리베라2차는 577채 모집에 2351명의 수요자가 몰리며 경쟁률 4.1 대 1로 1순위에서 청약접수가 마감됐다. 반면 이달 중순 분양한 금강펜테리움은 청약률이 1.6 대 1에 그쳤고 일부 주택형은 미분양됐다. 같은 지역, 비슷한 시기에 중견 건설사들이 시공한 중소형 단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분양 성적을 뚜렷이 가른 건 바로 입지였다. 신안인스빌리베라2차는 생활편의시설 및 학원가가 밀집한 시범단지와 가까웠다.

장기간 침체기를 겪고 있는 기존 주택 거래와 달리 올 들어 잘나가던 분양시장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분명해지고 있다. 입지가 좋거나 가격이 싼 단지를 중심으로 ‘잘나가는 곳만 잘나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6·4 지방선거,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이달에 분양이 몰린 것도 이런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전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이 발표된 뒤 침체가 심해진 기존 주택시장은 출산 및 자녀 학교 진학 같은 생애주기별 집 교체 수요마저 실종되고 있다.

○ 신규 분양시장 부익부 빈익빈

지난달까지만 해도 기존 주택시장에 비해 선방한다는 평가를 받던 분양시장에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의 청약 경쟁률은 1월(4.9 대 1) 2월(5.0 대 1) 3월(5.2 대 1) 4월(5.8 대 1)에는 평균 5 대 1을 웃돌았지만 이달 들어(20일 기준) 2.5 대 1로 반 토막 났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실수요자들은 기존 분양단지 대비 가격, 위치, 교통 호재 등을 꼼꼼히 따지기 때문에 이들이 ‘노른자 단지’만 선별적으로 찾으면서 전체적으로 경쟁률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분양시장의 차별화 현상은 대형 브랜드 단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경기 김포시에서 3000채가 넘는 대규모 분양에 나선 한 대형 건설사의 단지는 3순위 청약 마감 결과 경쟁률이 0.5 대 1에 그쳤다. 반면 대우건설이 지난해 6월 분양한 김포시 풍무동 ‘김포 풍무 푸르지오센트레빌’은 지난해 말까지 30%에 그쳤던 계약률이 최근 98%로 치솟았다.

두 아파트 단지의 성적을 가른 건 김포도시철도 착공에 따른 교통 프리미엄. 최초 분양 때 미분양이던 푸르지오센트레빌은 아파트 입구에서 김포도시철도 역사까지 걸어서 5분 거리다. 반면 미분양이 발생한 단지는 15분 이상이 소요된다.

지방과 수도권의 온도 차도 여전히 크다. 4, 5월 공급된 신규 아파트 중 두 자릿수 이상의 청약 경쟁률을 보인 곳은 대구 북구 칠성동2가 ‘오페라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76.9 대 1), 부산 금정구 구서동 ‘구서SK뷰 1단지’(40.1 대 1) 등 지방에 집중됐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부산의 경우 분양 물량이 늘면서 공급이 충분한 데도 여전히 부동산시장이 활황세라 투기 수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주춤하는 교체 수요자

기존 주택시장은 침체를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6억5000만∼6억7000만 원에 거래되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재건축 단지) 전용 42m²는 3월 7억2300만 원까지 올랐지만 이달 들어 6억8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양천구 신정동 신시가지아파트 8단지 전용 54m²도 3월 4억700만 원에서 4월 3억7000만 원으로 하락했다. 1월 매매가(3억7500만 원)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내달 전월세 법안 처리방침… 임시국회 직후가 분수령” ▼

연초에 ‘집값 바닥론’이 나오면서 관심을 보이던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때문이다. 은평구 응암동 ‘미소공인’ 박정민 대표는 “3월에는 실수요자들이 매매 물건을 좀 찾았는데 4월 이후 아예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생애주기에 맞춰 집을 옮기는 ‘갈아타기 수요’마저 주춤대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녀 출산, 진학, 졸업 등을 내다보고 주거 환경이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려는 이들이 집을 구매하는 데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주로 기존 집을 세 놓고 새집을 구입하는 이들이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에 ‘타이밍’을 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매매 거래 관망세는 지방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들어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던 지방의 주택사업환경지수 전망치가 5월에는 전달 대비 16.6포인트 떨어진 111.0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하락세로 전환한 서울, 수도권에 이어 지방마저 주택경기를 회의적으로 보는 건설사가 늘었다는 뜻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관련 법안이 논의되는 6월 임시국회 직후가 주택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내부에서도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주택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한 상반기(1∼6월)가 아니라 하반기(7∼12월)에만 나왔어도 이처럼 불씨가 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현진 bright@donga.com·홍수영·김준일 기자 
#주택시장#부동산#동탄2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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