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총장 “한국 쌀시장, 개방 유예 어려울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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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과 청와대서 면담
“모든 회원국의 동의 필요해… 설득하는 건 한국 정부 몫”
관세화 유예기간 올해 말 끝나… 내달까지 정부방침 확정 계획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16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쌀 시장 개방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16일 서울 중구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쌀 시장 개방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국을 방문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한국의 쌀 시장 개방 유예 기간 연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밝혔다. 유예 기간은 올해 말 끝날 예정이어서 정부는 다음 달까지 유예 기간 추가 연장을 추진할지, 관세화(시장 개방)로 방향을 틀지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쌀 시장 개방 유예 문제 등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이 한국에 앞서 WTO 회원국들을 상대로 쌀 시장 개방 유예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의 상황을 묻자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필리핀은 추가 유예 기간을 요구했지만 회원국들이 승인하지 않았다”며 “한국도 회원국들과 매우 힘든 대화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한국은 앞으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입장이 정해지면 WTO 차원의 적극적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로 한국을 비롯한 159개 WTO 회원국은 쌀 시장을 개방하기로 합의했지만 한국은 일정량의 쌀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대신에 올해 말까지 쌀 시장 개방을 면제받았다. 만일 2015년 이후에도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하려면 다른 WTO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대신에 쌀 의무수입 물량을 크게 늘려야 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올해 6월까지 정부의 방침을 확정해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농민단체 등은 정부가 의무수입 물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쌀 관세화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쌀 시장 개방 유예를 인정받으려면 모든 회원국의 동의를 구해야 해 상당히 어렵다”며 “다른 회원국들이 상당한 보상을 요구하면 한국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조찬강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쌀 관세화를 추가로 유예하기 위해 다른 회원국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한국의 몫”이라면서도 “정치적으로 가능한 방식으로 무역자유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5일 방한한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앞서 강창희 국회의장,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 등과 면담했으며 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으로 떠났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이재명 기자
#wto#우르과이라운드#호베르투 아제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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