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심 工大 만들어 창조경제 첨병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논문 없는 기업연구원도 工大교수로
기업연구원, 교수임용 가능… 공과대학 혁신방안 靑 보고

《 10일 ‘공과대학 혁신방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대를 이론 위주에서 실용과 현장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산업체 실적만으로 공대 교수가 되는 길도 열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방안을 보고받은 뒤 “공대가 창조경제의 전진기지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온 공대가 혁신의 길에 나설지 주목된다. 》

1월 설치된 민관협력 논의기구인 공과대학혁신위원회(공대혁신위)는 10일 열린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과대학 혁신방안’을 보고했다. 보고의 핵심은 교수 채용과 평가 시스템을 대폭 뜯어 고치겠다는 것이다. 그간 연구 논문 중심이었던 교수평가 제도를 산업체 기술이전 실적 위주로 바꾸고, 교수가 안식년을 기업체에서 쓰는 방안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준식 공대혁신위원장(서울대 연구부총장)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없이 산업체 실적만으로 공대 교수가 되는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 산업체 경력 100% 인정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국내 공대들이 현장과 동떨어져 이론 연구에 치중한다고 지적해왔다. 현재 기업은 공대 출신을 채용하고도 길게는 수개월 정도 현장실무교육(OJT)을 시키고 있다. 일부 기업은 아예 공대 4학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줘 가며 채용을 전제로 특정 과목을 수강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산학 간의 이런 괴리는 교수평가 제도에서 비롯됐다. 대학들은 신규 교원을 채용할 때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SCI급 논문이 많은 연구자를 선호한다. 대학들은 또 교수 승진 심사 시 SCI급 논문 실적을 핵심 평가 대상으로 중시해왔다. 이런 분위기는 교수의 실무경험 부족을 낳고 결국 강의실과 산업현장 간에 괴리를 키웠다.

공대혁신위는 교수 채용 시 70%만 인정되던 산업체 경력을 100%로 끌어올리기 위해 대학교원 자격기준과 교육공무원법 등 관련 법규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공대에서 개발한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는 연구소기업(정부출연기관 등이 출자한 기업)을 올해 53개에서 2017년 100개로 확대하고 산학협력단 연구에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방안도 내놨다. 공대생의 현장 역량 강화를 위해 기업과 대학 간의 채용연계형 산업인턴제도 확대된다.

교수가 특허의 기술이전과 사업화에 적극 나서면 기업들은 최신 연구 성과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또 공대생들은 산업 현장을 경험할 수 있어 산업 적응력이 강화된다. 교수와 학생들이 산학협력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수록 교육과 연구지표가 개선되는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학계와 산업계는 환영


공대 내부에서는 이번 혁신방안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정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2000년 이후 ‘네이처’ ‘사이언스’ 등 과학저널에 논문을 많이 게재하려는 ‘열풍’이 불면서 공대마저 연구 중심으로 바뀐 측면이 있다”면서 “혁신방안은 이런 기형적인 분위기를 정상화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정석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지도교수의 논문 실적과 대학원생의 취업률이 비례하지는 않는다”면서 “산학협력이 활성화되면 공대 졸업생의 취업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산업계-학계 “꼭 필요한 조치”… 일각선 “재탕” 비판 ▼

산업계도 환영했다. 특히 공학계열 채용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공대 학생들의 전공과목 및 공학기초 과목 이수학점 상향에 대해 “꼭 필요했던 조치”라고 평가했다.

최근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에서는 R&D 직군 채용 시 전체 학점이 아닌 전공과목 학점 위주로 학업 성적을 평가하거나 산학협력 과제에 참여한 지원자에게 가점을 주는 추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해외연수나 공모전 실적보다 전공과목 공부를 잘한 인재를 선호한다”며 “전공과목 이수는 실무 능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0년째 말만” 쓴소리도

다만 “기대 이하”라는 평가도 있다. 이번 혁신방안이 2004년부터 정부가 발표한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이 계획에는 산학협력대학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과 교수 평가 시 산업체 경력을 인정하는 방안 등 이번 혁신방안에 담긴 내용과 유사한 정책이 여럿 들어 있다. 한 공대 교수는 “10년째 말만 산학협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교수 채용이나 평가에서 모든 공대가 연구 중심 대학의 모습을 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면서 “대학 스스로 특성에 맞는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혁신위는 4월 말 공청회를 열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뒤 혁신방안을 실천에 옮길 구체적인 로드맵도 마련할 예정이다.

최새미 동아사이언스기자 saemi@donga.com   

박진우 기자
#공과대학 혁신방안#공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