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급성장에… 현대오일뱅크-삼성토탈 약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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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석유가격정상화 대책 3년… 정유업계 지각변동

알뜰주유소는 2011년 12월 1호점이 생긴 이래 올 1월 말 현재 1031곳으로 급성장했다. 동아일보DB
알뜰주유소는 2011년 12월 1호점이 생긴 이래 올 1월 말 현재 1031곳으로 급성장했다. 동아일보DB
3일 오전 11시 경기 안양시 한국석유공사 정문에는 한국주유소협회와 석유유통협회 관계자 5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알뜰주유소 아웃, 국민세금 지원 중단’ ‘정유사·수입사만 배불리는 전자상거래 철폐’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1시간 정도 집회를 했다.

이들은 “국내 석유유통 시장은 과포화로 인해 충분한 가격경쟁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정상적인 사업자를 말살하는 정부의 불공정한 석유유통 시장 정책으로 심각한 경영난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알뜰주유소 지원 정책 폐지와 한국석유공사의 석유유통사업 진출 철회를 주장했다.

○ 알뜰주유소로 정유 4사 시장구도 지각변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으로 2011년 4월 시작된 ‘석유가격정상화 정책’이 시행 3년째를 맞고 있다.

석유가격정상화 정책 중 가장 먼저 시작된 게 알뜰주유소다. 석유공사가 직접 기름을 대량으로 구매해 주유소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기름값을 낮추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2011년 12월 1호점이 생겨난 뒤 1월 말 현재 1031개로 전국 주유소의 8.1%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알뜰주유소의 성장은 오랫동안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순으로 유지됐던 정유 4사 시장지배 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의 내수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2년 1월 말 SK에너지가 33.2%, GS칼텍스 26.7%, 현대오일뱅크 21.3%, 에쓰오일이 16.6% 순이었다. 정유 4사의 시장 점유율 순위는 수년간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2012년부터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면서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연속으로 현대오일뱅크가 GS칼텍스를 제치고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올 1월 말 기준 점유율은 SK에너지 28.4% 현대오일뱅크 24.3%, GS칼텍스 23.6% 에쓰오일 18.9%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각각 알뜰주유소 물량의 25%씩 납품하고 있는 것이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토탈의 성장도 알뜰주유소의 영향이 컸다. 삼성토탈은 원유 정제시설을 갖고 있는 기존 정유사와 달리 석유화학물질 제조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휘발유를 주로 일본에 수출해왔다. 하지만 알뜰주유소가 생긴 뒤 휘발유 물량의 절반가량을 공급하면서 정유사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토탈은 하반기(7∼12월) 완공되는 파라자일렌 공장에 경유분리시설을 만들어 경유를 생산할 예정이며 지난해 말 대한석유협회에 회원가입 신청도 했다.

알뜰주유소와 삼성토탈의 성장은 기존 정유 4사의 대리점과 주유소에는 ‘눈엣가시’다. 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알뜰주유소를 지원하고, 석유공사는 수의계약을 통해 삼성토탈의 물량을 사주면서 특혜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 전자상거래 제도도 논란 여전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독점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를 깨기 위해 시작된 석유 전자상거래제 역시 시행된 지 2년이 됐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2월 말 현재 국내 전체 석유 소비량 중 전자상거래 비중은 경유가 9.9%, 휘발유가 5.1%를 차지한다. 시행 첫해 1∼2% 수준에 머무르던 전자상거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석유수입사 등록요건을 완화하고 석유수입사에 수입부과금을 환급해주는 등 혜택을 주고 있다. 석유 공급자를 늘려 가격경쟁을 촉발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부 석유수입사의 탈세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초 석유수입사인 G사는 26억4000만 원의 주행세를 체납한 상태에서 석유수출입업 등록 취소 신청을 한 뒤 모든 관계자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E사 역시 지난해 12월 설립된 후 주행세 26억3000만 원과 석유수입부과금 1억9000만 원을 내지 못해 업체 등록이 취소됐다.

정부도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초 석유 거래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통해 석유 가격을 안정시키자는 취지였는데 앞으로는 시장 기능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에서 석유공사가 손을 떼고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석유가격#주유소#현대오일뱅크#삼성토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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