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술은 ‘Best’… 시장환경은 ‘Worst’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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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0년 1984∼2014]<3·끝>새로운 30년을 위하여

“한국 이동통신 소비자들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평균과 비교해 음성통화는 20%, 데이터는 4배 이상을 많이 소비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최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값비싼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높았고 교체 주기 역시 가장 빨랐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고 돈도 많이 쓴다는 소리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 3사의 통신 분야 서비스 매출액과 이익률은 이런 흐름과는 반대 방향이다. 3사 모두 가입자는 꾸준하게 늘었지만 수익은 크게 줄었다. 2010년 3조 원이 넘던 서비스 분야 순이익은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꺾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동통신 3사가 8조 원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을 썼고 이 중 상당 부분이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는 데 쓰였다”고 설명했다. 통신기술은 세계 선진 수준이지만 경쟁 환경은 후진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사면초가인 이통업계

통신업계는 올해 경영환경을 ‘최악’으로 표현한다. 이동통신 보급률이 100%를 넘어 성장은 정체됐지만 치열한 기술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네트워크 투자를 크게 늘렸다. 반면 통신 관련 제도와 규제는 이런 달라진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을 두고 벌이는 통신3사의 치열한 경쟁은 상당한 부작용을 불러 왔다. SK텔레콤, KT, 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현재 과잉 보조금으로 인해 정부로부터 45일간의 순환식 영업 금지조치를 받은 상태다. 또 신규 가입자 없이 벌이는 뺏어오기식 경쟁만으로는 이동통신 판매점 3만여 곳의 생계조차도 책임질 수 없게 됐다고 통신업계는 하소연한다. 판매점 간 경쟁으로 인한 편법 영업이나 허술한 고객정보 관리도 여론 비판의 도마에 종종 오른다. 통신업계는 국회에 계류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같은 특단의 대책 없이는 보조금 중심의 경쟁구도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법은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주기 위해서는 미리 액수를 공시하고 전국적으로 같은 액수를 지급하라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 스마트 ICT 생태계 구축해야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창조경제와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위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최근 20년간 한 국가의 경제성장은 통신 네트워크 투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ICT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요지다.

최근 정부와 통신업계에는 2020년 상용화될 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앞두고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성장 분야에서도 세계시장을 주도하려면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신업계는 미래의 먹거리가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한 ICT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통3사가 ‘탈(脫)통신’을 기치로 내건 이유도 현재 설비 중심으로 활용되는 통신망을 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분야의 다양한 솔루션을 결합시킨 ‘스마트 ICT 인프라’로 바꾸기 위해서다. 현재 음성을 중심으로 설계된 이동통신 요금체계를 데이터 중심의 요금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통신기술#이동통신#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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