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처럼… 개혁은 시간을 두고 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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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韓銀총재 A4 20장 퇴임사 “정치와 거리 두는게 좋은건 아니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31일 자신을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 비유하는 내용을 담은 장문의 퇴임사를 남겨 한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총재는 이날 배포한 A4용지 20장 분량에 41개의 주석까지 달린 논문 형태의 퇴임사에서 “모든 개혁은 우선 상황을 악화시킨 후 시간을 두고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개혁의 일반적 법칙으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었다”며 “히딩크 전 감독도 한때 계속 5 대 0의 스코어로 참패해 ‘오대영’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임기간 4년 중 추진했던 한은 개혁이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스스로 변호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한은 개혁 작업은) 궁극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겸비해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라며 “히딩크 전 감독이 불러일으킨 변혁도 글로벌 시각의 중요성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재는 “중앙은행 총재의 자격과 경력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수 있지만 경제 전반에 걸친 경륜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며 미국과 독일 중앙은행 총재가 백악관이나 총리 경제보좌관 근무 경험이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김 전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그는 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와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좋다고 여기는 사고는 국제적 조류에 맞지 않는다”며 “기존 조직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그 조직을 변화시킬 유인을 갖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순수 한은맨’인 신임 이주열 총재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목된다.

김 전 총재는 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퇴임의 변을 마쳤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중수#한국은행#퇴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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