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받고 쇠고기 양보… 가전-섬유-라면도 수출장벽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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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캐나다 FTA 타결]
업종별 예상 손익 따져보니

8년 8개월을 끌어온 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11일 타결됐다. 이로써 캐나다는 한국과 FTA를 맺은 열두 번째 권역이 됐다. 한국은 세계 14대 경제대국 중 중국 일본 브라질 러시아 멕시코 등 5개국을 제외한 9개국과 FTA를 맺으며 경제영토 확장을 위한 순항을 이어갔다.

한국과 캐나다는 FTA 발효 후 10년 내에 교역액의 약 98%를 차지하는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지만 쇠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시장 개방을 두고 축산농가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 소비자 이익 3억6000만 달러 이를 듯

캐나다는 주요 8개국(G8) 회원국이자 규모로는 세계 열한 번째 경제대국이다. 한국과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99억2200만 달러에 이른다. 캐나다는 미국 멕시코 등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국가 외에 다른 나라와 FTA를 거의 체결하지 않고 있다. 이번 협정 타결로 국내 기업이 캐나다 시장을 선점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 캐나다에 비해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캐나다는 천연가스, 우라늄 등 천연자원 생산량 세계 3, 4위를 다툴 만큼 자원부국으로 꼽힌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FTA 체결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만큼 양측 모두 필요한 것들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며 “서로 경쟁력 있는 시장을 중심으로 교역을 늘리며 양국 모두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국과 캐나다의 FTA 체결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0.03%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한국 소비자가 관세 철폐 등으로 얻는 이익은 총 3억6000만 달러(약 38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 캐나다 내 자동차 시장 선점효과 기대


한-캐나다 FTA로 우리나라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부문은 자동차다. 캐나다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호주에 이은 한국의 5대 자동차 수출국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는 각각 13만7100대, 7만2400대의 자동차를 캐나다에서 판매했다.

국회 비준이 차질 없이 진행돼 2015년 한-캐나다 FTA가 발효되면 24개월 내에 자동차 관세가 전면 폐지돼 캐나다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시장에서 국내 자동차업체와 경쟁하는 도요타 혼다 등은 캐나다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80%를 캐나다와 함께 NAFTA에 포함된 미국 공장에서 만들고 있어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최경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현재 캐나다는 유럽연합(EU), 일본과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한발 앞선 우리나라 기업들이 더욱 유리한 상황”이라며 “현재 12% 수준인 캐나다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FTA 체결 때마다 논란을 일으키는 농축산물 부문은 다른 국가와의 FTA에 비해 보수적으로 합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쌀, 치즈, 감귤, 인삼 등 농가의 피해가 예상되는 211개 민감품목은 기존처럼 관세를 물릴 수 있다. 이는 전체 농산물의 14% 수준으로 호주(10%) 미국(1%) EU(3%)와 FTA를 맺을 때보다 시장을 덜 개방하는 셈이다. 다만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 라면, 잠옷 등으로 수출 품목 다양화

전문가들은 FTA를 계기로 한국 기업의 캐나다 수출이 다양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가 철폐되거나 낮아지면 자동차, 가전제품 등 대표적인 수출품목 외에도 식품 섬유제품 등 아직 시장점유율이 낮은 상품의 인기도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휴대전화 반도체 철강 등은 이미 무관세여서 추가적인 관세 혜택은 없다.

허찬국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를 지향하므로 FTA를 통해 수출을 쉽게 할 수 있는 국가를 많이 만드는 게 유리하다”며 “FTA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상품이 캐나다 시장에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KOTRA는 한-캐나다 FTA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15대 수출유망품목을 내놓기도 했다. 자동차, 자동차부품, 냉장고 등 대표적인 수출품목과 함께 양말, 아동용 잠옷, 라면, 화장품 등이 포함됐다. 최현필 KOTRA 선진시장팀장은 “최근 캐나다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양문형 냉장고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식품체인점에서 아시아계 이민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한국 라면과 인스턴트식품의 인기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캐나다 FTA#자유무역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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