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문병기]무리한 세무조사가 공무원 개인 탓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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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수 실적에 집착하면서… 직원에 “인사 불이익” 호통쳐서야

문병기·경제부
문병기·경제부
국세청이 올해부터 무리한 세무조사로 기업들에 부담을 준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집권 2년 차를 맞은 박근혜 경제팀의 정책 무게중심이 경제활성화로 옮겨간 데다 지난해 국세청의 세금 부과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에 나선 기업이 크게 느는 등 조세저항이 거세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김덕중 국세청장은 “지난해와 같은 국민 불안 여론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정 운영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무조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국세청의 세정(稅政)개혁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무리한 세무조사 원인을 국세청 직원 개개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돌리는 듯한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기업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에 대한 정부 경제팀의 집착이 계속되는 한 무리한 세무조사는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장기간 지속된 경기침체로 ‘세수 구멍’이 우려되는데도 지난해 국세청의 세수 목표를 2012년 실적보다 11조 원가량 늘린 204조 원으로 잡았다. 국세청 내부에서도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경제 부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국세청이 거둔 세금은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는 190조2000억 원에 그쳤다. 결국 무리한 목표를 받은 국세청이 한 푼이라도 세금을 더 거둘 요량으로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식으로 세무조사 강도를 높였다는 게 기업들의 시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도 국세청의 세수 목표를 204조900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지난해 실적보다 세금을 14조7000억 원 더 걷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기재부는 올해 아예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국세청에 3조6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으라는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세청이 “세무조사 부담을 낮춰주겠다”고 수차례 공언해도 기업들은 미심쩍은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세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언제든 국세청이 다시 무리한 세무조사로 ‘쥐어짜기’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과도한 목표는 부작용을 낳는다.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한 세정개혁이 장밋빛 세수예측을 정상화시키는 데서 시작되길 기대해본다.

문병기·경제부 weappon@donga.com
#세무조사#공무원#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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