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투자심리… 은행 예금잔액 1000兆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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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부진에… 정책 불확실성에… 가계-기업들 “돈 쌓아놓고 보자”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은행 예금 잔액이 가파르게 늘면서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돌파했다. 예금 잔액은 경제규모가 커지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경기부진이 길어지고 투자시장이 침체되면서 가계와 기업이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 예금에 돈을 묻어둔 영향이 컸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56개 예금은행(시중 지방 특수은행 등 포함)의 평균 예금 잔액은 1001조4370억 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돌파했다. 월말 잔액 기준으로도 지난해 6월에 이어 9월, 10월 등 세 차례나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예금 종류별로는 단기성 예금의 급증세가 눈에 띈다. 보통예금 당좌예금 등 단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 예금은 지난해 10월 101조9120억 원(말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3.4%나 증가했다. 반면 정기 예·적금 등 저축성 예금은 907조4275억 원으로 같은 기간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예금주별로는 가계와 기업이 고르게 늘었다. 특히 기업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현재 305조1004억 원으로 2007년 10월(148조9870억 원) 이후 6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예금금리가 낮은데도 이처럼 예금 잔액이 불어나는 것은 가계나 기업, 공공부문 등 경제주체들이 마땅히 투자할 데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1.2%에 그쳐 물가상승률보다도 낮았다. 상당수 혼합형·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예금 이자를 따라잡지 못했다. 증시도 부진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 한 해 유가증권 시장의 주식 회전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고 투자자 예탁금도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 투자는 정부의 잇단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가 워낙 냉각된 데다 관련법의 국회 통과마저 지연되며 투자 대안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영업이익이 나도 수익금을 그대로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놓는 기업들의 투자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의 예금이 급증한 것은 투자를 했을 때의 기대수익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자금을 계속 쌓아둔 결과”라며 “금융시장을 전반적으로 보면 저금리로 워낙 많은 돈이 풀려 있어 부동자금이 많아졌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츰 채권이나 주식시장으로 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저금리#투자심리#예금잔액#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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