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요타 아발론 “그랜저, 제네시스와 맞붙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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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2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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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대비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 어떠한 특장점도 찾아 볼 수 없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지난 1일 인천 하얏트리젠시 호텔에서 간판급 대형세단 ‘아발론’을 출시하고 같은 날 영종도 일대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시승회를 마친 타 매체 C기자는 아발론의 상품성에 대해 “5000만 원 가까운 가격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모델 대비 특장점이 없어서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발론은 1995년 북미시장에서 도요타를 대표하는 대형세단으로 출시된 이후 누적판매 111만9540대를 기록한 모델이다. 한때 연간 10만대 이상 팔리며 도요타를 대표하는 대형세단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 11월 미국시장에서 4세대 모델로 출시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판매량이 전년보다 125% 성장할 정도로 미국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는 미국에서 판매중인 4개 트림 가운데 최고급인 리미티드(LIMITED)를 들여왔다. 한국형 내비게이션 등 고급옵션을 적용했으며, 전량 미국에서 생산한다. 가격은 4940만 원으로 현대차 그랜저 3.3(3993만 원)보다 비싸고 제네시스 3.3(4338만~5424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도요타는 북미시장에서 이미 검증받은 모델을 도입해 국내 대형세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국산차 가운데는 그랜저와 제네시스, 수입차에선 포드 토러스와 크라이슬러 300C를 경쟁 모델로 지목했다. 내년까지 월 30~40대, 연간 360대를 판매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아발론은 전체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캠리와 비슷한 모습이다. 전면은 도요타 패밀리룩을 따랐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롬을 덧대고 이전 세대보다 더욱 커져 강렬한 인상을 뿜어낸다. 하단 공기흡입구 역시 크기를 키워 공기냉각의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크롬을 사용한 좌우측 안개등과 함께 역동적 인상을 풍긴다. 전조등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이어지는 LED를 사용해 공격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4세대 모델은 이전에 비해 전고는 25mm 줄고 오버행은 전면 15mm, 후면 45mm씩 짧아졌다. 차체와 타이어 간 간격도 이전 세대에 비해 7mm 좁아지면서 휠을 더욱 타이트하게 맞췄다. 전체적으로 쿠페형 디자인을 따랐으며 공기역학을 고려했다. 이같이 공격적인 외관은 주행 시 받는 바람의 저항을 낮춰주는 역할을 통해 0.28Cd의 낮은 마찰계수를 달성하며 연비와 주행 안정성에 도움을 준다.

실내디자인은 비교적 단순하게 꾸몄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구형에 비해 상단은 30mm, 하단은 65mm 넓어져 시원스러운 모습이다. 계기판 중앙에는 내비게이션과 연동되는 간단한 주행정보가 표시돼 편리함을 더했다. 운전석과 2열 좌석의 간격은 대형 세단답게 넓다. 구형 모델과 비교하면 4세대 모델은 앞좌석을 뒤로 밀 수 있는 공간이 10mm 더 늘어났고 높이도 10mm 더 높게 조절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한국형으로 한국도요타가 LG전자와 함께 개발한 제품이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위치하고 각도가 비스듬하게 누웠다. 여타 수입차의 이질적인 내비게이션과 비교한다면 편리했지만, 비스듬하게 누운 탓에 빛의 반사가 심하고 운전 중 눈을 내려 봐야해 불편했다.

편의사양으로는 도요타 브랜드 최초로 정전식 터치 시스템을 도입해 오디오, 에어컨 이용 시 간단한 터치만으로도 작동이 가능하다. 또한 JBL 프리미엄 오디오시스템과 11개의 스피커, 터치식 7인치 VGA(Video Graphics Array) TFT 디스플레이 등으로 꾸며졌다.

시승은 영종도 하얏트호텔을 출발해 인천 송도를 왕복하는 코스에서 진행됐다. 시승차는 3.5리터 가솔린 리미티드 모델로 6기통 듀얼 VVT-I 엔진을 적용했다. 최고출력 277마력, 최대토크 35.3kg.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고, 공인연비는 복합 9.8km/ℓ로 4등급이다.
에코, 노말, 스포트로 이뤄진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탑재했는데, 한국도요타는 전자식파워스티어링을 제어하는 역할을 통해 주행상황에 따라 능동적 주행이 가능한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중저속은 에코와 노말, 고속은 스포트 모드로 주행했다. 먼저 전반적으로 스티어링의 감각이 가벼운 편이다. 특히 고속에서 스포트 모드로 주행 할 경우 지나치게 가벼운 스티어링으로 인해 차체가 좌우로 쉽게 요동쳤다. 앞좌석에서 느껴지는 물렁한 서스펜션의 감각은 뒷자리에 앉을 경우 멀미를 느낄 정도로 심하게 출렁였다. 국산차와 비교해도 이런 부분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스티어링에 장착된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좀 더 역동적인 주행을 하려고 했으나, 반응이 즉각적이지 못해 답답했다. 6단 자동변속기의 응답성도 빠르지 않았다. 비교 모델로 언급된 크라이슬러 300C의 경우 비교적 직결성이 우수한 8단 변속기를 채택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실망스러웠다. 장점은 6기통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속과 고속에서의 일관성 있는 가속을 들 수 있다. 풍부한 토크를 바탕으로 한 6기통 엔진은 스트레스 없는 가속을 보여줬다.
국산 대형세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아발론은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아발론 판매량의 20%를 차지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수입되지 않고, 연비가 좋은 2.5리터 4기통 모델도 배제됐다. 연비를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의 최근 구매 취향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다. 고급사양을 도입해 상품성은 높였지만 과연 국내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지 의문이다. 미국시장에서 통용되던 아발론의 상품성이 국내시장에는 어떤 반응을 얻어낼지 다음 달 판매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영종도=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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