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풍에 또… 흔들리는 우리금융 민영화 첫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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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경남-광주銀 매각공고… 압박 치열

한국 금융의 지형을 바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작업이 시작 전부터 정치적 외풍에 휘둘리며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금융의 지방은행 계열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매각을 놓고 해당 지역의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지역 유력인사, 노조 등이 합심해 “정치적 고려를 통해 매각을 결정하라”고 금융 당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공식적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매수자에게 팔겠다”고 밝히면서도 뒤로는 “지역정서를 최대한 감안하겠다”며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금융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15일 경남·광주은행 매각공고를 내고 민영화에 나선다.

○ 지역 여론몰이에 ‘최고가 입찰원칙’ 흔들


경남·울산지역 상공인, 정치인이 주축인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와 경남은행 노조는 13일 경남 창원시 만남의 광장에서 ‘경남은행 지역환원 촉구 시·도민 결의대회’를 열며 세를 과시했다. 최충경 경남은행 인수추진위 공동위원장은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 3500억 원 중 95%를 이미 회수했으면서도 남은 5%를 놓고 돈장사를 하려 한다”며 “경남·울산 지역민이 만든 은행을 원래 고향으로 되돌려 주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부산은행이나 대구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경남은행에 맡겨둔 지자체 금고의 돈을 빼겠다”며 금융 당국과 해당 은행을 동시에 압박했다.

광주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위원 출신인 박흥석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은 “다른 시중은행이 광주은행을 인수하면 광주·전남에서 영업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과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만나 “지역자본에 우선협상권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초 경남은행 인수후보로는 BS금융지주(부산)와 DGB금융지주(대구), 광주은행 인수후보로는 JB금융지주(전북)와 중국 공상은행 등이 유력하게 오르내렸다. 인근 지역 은행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정부가 밝힌 최고가 입찰원칙에 따라 인수전에 참여할 곳은 이들 뿐이라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의 정치적 여론몰이에 정부 원칙은 흔들리고 있다.

○ 정치적 외풍 자초한 금융 당국

금융계 안팎에서는 일관된 원칙을 세워야 할 금융위원회가 ‘정치 바람’을 자초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6월 우리금융 민영화 일정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는 ‘최고가 매각원칙’에 입각해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유력 인사들에게는 별도로 “상업적 원리로 결정하되 지역정서를 최대한 감안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 및 인수자와 협의를 거쳐 인수 후에도 독립경영 등을 일정 수준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이 한발 물러서면서 해당 지역 여론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압박하면 통한다는 게 증명되면서 해당 지역에서 힘 좀 쓴다는 곳들이 ‘정치적 결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다. 연말에 끝날 경남·광주은행 매각이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금융학)는 “시작부터 정치적 논리에 흔들리면 향후 있을 우리투자증권 및 우리은행 매각은 더 큰 외풍에 직면할 수 있다”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원칙하에 법으로 정한 절차를 철저히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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