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사 제재권’ 금융위로 넘어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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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체계 개편 TF 발표… 금융위서 경징계까지 모두 재검증
금감원 즉각 반발… 갈등 격화 조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준독립기구로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권이 사실상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위원회로 넘어가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금융소비자 전담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현재와 마찬가지로 금감원 안에 두면서 인사권과 예산이 독립된 별도기구로 운영한다.

이에 대해 금소처를 독립기구로 만들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조직 개편의 당초 취지와 달리 금감원과 금융위의 ‘권한 나눠먹기’로 끝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는 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금융위는 이 보고서를 참고해 정부안을 마련한 뒤 국회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TF는 우선 금감원을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것보다 금감원 내에 금소처를 두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3년 뒤에 금소처의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금감원과 분리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금소처의 최종책임자는 금감원장에서 금소처장으로 바뀐다. 금소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금융위 위원으로 직위가 올라간다.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자료제출 요구권과 조사권을 갖게 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첨예한 갈등을 빚던 금융사 제재권은 사실상 금융위로 넘어가게 됐다. TF에 따르면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금융사 제재 수위를 결정하면 금융위는 제재소위원회를 열어 이 사안을 다시 검토한다. 지금까지는 금감원이 중징계를 내린 사안만 금융위에 보고했지만 앞으로는 경징계도 금융위의 재검증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

금감원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경징계 제재권까지 금융위가 가져가면 금감원은 금융위 눈치나 보는 조직으로 전락할 것”이라면서 “제재권이 없는 검사를 하란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TF위원장인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위에서 한 번 더 제재 수위를 판단하면 잘못된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이 줄어들게 되고 소비자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금감원과 금소처가 검사권을 동시에 갖고, 금감원과 금융위가 이중으로 제재권을 갖는 구조가 금융회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여러 조직이 권한을 나눠 가질수록 금융사들로선 ‘시어머니’가 늘어나는 셈이어서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TF 관계자는 “금융사에 요구하는 자료를 최대한 표준화하고 금융시장 관련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금융회사들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은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핵심인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취지가 다소 퇴색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금소처를 완전한 독립 기구로 분리했어야 한다”며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이 한 조직 내에 있으면 아무래도 힘이 약해지고 효율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수정·한우신 기자 crystal@donga.com
#금감원#금융사제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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