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災 덮친 대형마트 ‘우문현답’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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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마트 용산점에서 본사 직원들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이마트는 매월 두 차례 800여 명의 본사 직원들에게 매장 근무를 하도록 했다. 이마트 제공
13일 이마트 용산점에서 본사 직원들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이마트는 매월 두 차례 800여 명의 본사 직원들에게 매장 근무를 하도록 했다. 이마트 제공
“상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요.”

“다른 세제로 바꿔보고 싶은데 추천해주는 점원이 없네요.”

13일 서울 중구 황학동 이마트 청계천점. 생활용품 매장 현장 근무에 나선 한용식 이마트 상무(49)에게 쏟아진 고객들의 불만 사항은 날카로웠다.

본사에 근무하던 한 상무가 현장을 찾은 것은 5년 만이다. 고객 응대는 물론이고 진열대에 물건 채워 넣기, 재고 상품 정리하기 등 오전 10시부터 9시간 동안 현장 업무를 했다. 본사 임원이 매장에서 근무하는 것은 흔치 않다. 한 상무는 “상품을 채우기 위해 매장과 창고를 오가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상품 개발도 중요하지만 현장 직원들의 힘든 점을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불황 및 영업규제, ‘갑’의 횡포 등으로 유통업계에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대형마트 대표들이 직원들에게 현장을 강조하며 분위기 쇄신에 노력하고 있다.

허인철 이마트 사장은 800여 명의 본사 직원에게 13일부터 매월 두 차례(격주 목요일) 매장 근무를 하게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상품 판매 진열, 파트 정리, 청소 등 기본적인 업무를 하면서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라는 취지다. 허 사장 자신도 27일 현장 근무를 할 계획이다. 상품 바이어들이 현장 근무를 한 적은 있었지만 본사 임원들까지 매장에 투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허 사장은 지난달 임원회의에서 “경기가 위축되고 영업이 어려울수록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갑수 이마트 부사장은 “불황이 이어지고 영업 제한을 받아 고객이 떨어져 나가는데 책상 앞에만 앉아 있으면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며 “임원들부터 고객을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도 ‘현장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롯데마트는 본사 및 점포 직원들을 대상으로 ‘∼끝 장사’를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며 고객이 불편한 점을 없애자는 뜻의 ‘발끝 장사’, 잘못된 상품을 골라내고 진열을 제대로 하자는 ‘손끝 장사’, 고객이 바라보는 매장을 세련되게 바꾸자는 ‘눈끝 장사’,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끝 장사’가 캠페인의 주요 내용이다.

최근 상품 바이어 200여 명을 대상으로 열린 ‘갑을 교육 특강’에서도 강연자로 나선 롯데마트의 협력업체 임원이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매일 오전 각 점포에서 협력사원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현장 미팅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최근 매장 내 협력업체 직원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는 상품 바이어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매너 교육’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협력업체 직원을 대할 때 지켜야 할 기본예절을 배우고 협력업체의 어려움에 관해 들었다. 교육 이후 협력업체 직원과 만나는 상담실에 무료 음료 자동판매기를 설치하고, ‘잘 듣겠습니다’ ‘함께 가겠습니다’는 내용의 실행표(액션 플랜)를 만들기도 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이마트#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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