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빨라질수록 DHL 가파른 성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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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화물터미널 현장 ‘시간과 싸움’ 모든 국제특송 이틀만에 배송 완료

21일 DHL 허브화물터미널에서 직원들이 투명 컨테이너에 짐을 싣고 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 설치된 스캐너가 화물의 바코드를 읽고 실려야 할 컨테이너 앞에 자동으로 떨어뜨려 준다. 인천=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21일 DHL 허브화물터미널에서 직원들이 투명 컨테이너에 짐을 싣고 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 설치된 스캐너가 화물의 바코드를 읽고 실려야 할 컨테이너 앞에 자동으로 떨어뜨려 준다. 인천=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21일 인천 중구 운서동 DHL 허브화물터미널 3층. 전광판에 ‘3S551(LEJ) 11:20 (26M)’이라는 글씨가 반짝이고 있었다. 독일 라이프치히 공항으로 오전 11시 20분에 떠나는 DHL 비행기에 짐을 실을 수 있는 시간이 26분 남았다는 의미였다. 전광판 밑으로 난 미끄럼틀을 타고 포장상자가 내려오면 밑에서 대기하던 직원들이 재빨리 옆의 투명 컨테이너에 실었다. 상자 모양이 각양각색인데도 직원들은 귀신같은 솜씨로 빈틈없이 쌓았다.

국제특송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DHL은 이곳에서 한국 고객들이 해외로 보내려는 물건을 각각 해당 비행기에 실릴 컨테이너에 나눠 싣는 작업을 한다. 보통 일주일이 걸리는 항공화물 운송과 달리 국제특송은 보내는 사람에게서 물건을 받는 순간부터 최대 2일 안에 배송을 완료한다. 그래서 배송의 전 과정이 시간과의 싸움이다.

허브화물터미널에서 일하는 김태환 과장은 “4t 부피의 컨테이너를 20분 만에 다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터미널 바닥에는 360도로 회전하는 쇠구슬이 바닥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무거운 화물을 바닥에서 미끄러지게 해 수레에 싣고 내리는 시간조차 절약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세계 경기불황 속에 물류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지만 국제특송 분야는 예외다. 1977년 시작한 이 서비스는 2010∼2012년 6.7∼9.6%씩 성장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일감이 많아졌다. 기업이 만든 샘플이나 시제품은 대개 해외로 빨리 보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제품을 한 나라, 한 연구소에서 만드는 사례가 과거보다 줄었다. 글로벌기업은 연구개발 기지를 세계 여러 나라에 두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나라의 기업이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이들 간에 빨리 오가야 할 물건이 많아지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어떤 산업이든 제품의 혁신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다. 새 제품이 나오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다 보니 같은 기간에 만드는 시제품과 보내는 샘플도 늘어난다.

제품 특성상 보안 역시 중요하다. 연구개발의 성과가 담긴 시제품이 배송 과정에서 외부에 공개되거나 경쟁사로 유출되는 것을 피하고 싶은 고객사들은 배송 과정을 녹화해 달라고 요구한다. DHL 박영희 부장은 “허브화물터미널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만 모두 114대”라며 “사각지대가 없다”고 설명했다.

비행기에 실어 물건을 보내는 방법보다 더 빠른 배송 수단이 나오지 않는 한 국제특송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업계 ‘빅 4’로 불리는 DHL(독일), 페덱스(미국), UPS(미국), TNT(네덜란드)는 모두 미국 또는 유럽계 회사다. DHL 측은 “전 세계에 배송망을 갖춰야 할 수 있는 사업이라 진입장벽이 높다”고 밝혔다.

인천=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화물터미널#D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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