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휴일 이자를 고객에 물리는 게 ‘상식 경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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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현금서비스는 편리하게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자칫 ‘덤터기’를 쓰기 쉽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서민들. 손에 쥔 돈이 많지 않은데 급전이 필요할 때 찾는다. 편리한 만큼 이자가 비싸고 매일 계산된다. 2003년 카드대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도 무분별한 현금서비스 사용이었다.

고금리의 빚인 만큼 빨리 갚아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연체가 안 됐더라도, 결제일 이전이라도 빨리 갚아야 할 이유가 더 생겼다. 적잖은 카드사와 은행들이 현금서비스 결제일이 휴일인 경우 실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날까지 이자를 더 부과하기 때문이다.

▶본보 23일자 A1면 은행-카드사 ‘현금서비스 甲질’

취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결제일이 휴일이란 이유로 추가 이자를 물리는 금융회사는 소수일 것이라 예상했다. ‘고객이 의도적으로 안 갚은 게 아닌데 추가 이자를 물리랴’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한 것이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카드사 또는 카드를 발급하는 은행 12곳 중 절반인 6곳이 추가 이자를 물리고 있었다.

그 회사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이른바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 카드사들은 결제 계좌를 운용하지 않는다. 고객이 지정한 은행 계좌로부터 결제 대금을 넘겨받는 방식이다. 결제일이 토요일이라 은행 계좌에서 돈이 넘어오지 않는다면 카드사는 주말 동안 자금을 활용하지 못한다. 이에 따른 기회비용이 이자다. 반면 고객은 당초 결제일보다 이틀 늦은 월요일에 결제하게 되면 이틀 동안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금 활용에 대한 비용을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는 된다. 하지만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평소 금융회사들이 강조하는 “고객 편에서 생각하겠다”는 구호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추가 이자를 물리지 않는 나머지 절반은 하나같이 “어쩔 수 없이 결제가 미뤄진 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고 얘기했다. 정말로 추가 이자를 물려야겠다면 결제일이 토요일인 경우 하루 앞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안내 문자를 보내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한우신 경제부 기자
한우신 경제부 기자
또 다른 문제점은 카드사나 은행이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일 추가 이자를 물리는지 물어보니 한 금융회사 홍보담당자는 처음에는 물리지 않는다고 했다가 물린다고 말을 바꿨다. 실제로 이 회사는 추가 이자를 내게 하고 있다. 같은 질문을 해당 콜센터에 물어봤더니 세 명 중 두 명만 이자가 부과된다고 했다. 혼란스러운 답변에 소비자들은 더 헷갈릴 수밖에 없다. 추가 이자가 없다고 답한 상담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다른 카드사나 은행들도 당연히 추가 이자를 안 부과하지 않겠어요?”

한우신 경제부 기자 hanwshin@donga.com
#현금서비스#휴일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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