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해외 對官업무 ‘글로벌협력팀’ 신설

  • Array
  • 입력 2013년 5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현지 정치권-학계-시민단체와 소통… 반덤핑-특허소송 등 컨트롤타워 역할
사내 면접 거쳐 핵심인원 선발… 클린턴정부때 로비스트도 영입

삼성전자가 최근 본사 경영지원실 산하에 해외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와의 네트워킹을 전담하는 ‘글로벌 협력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미국, 중국 등 주요 해외법인의 대(對)정부 로비 등 대관(對官)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조직을 신설한 것은 최근 애플과의 특허소송, 반덤핑 과세 문제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해외 대관업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매출 비중이 더 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주요 해외시장 정치권에 적극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학계, 시민단체 등과의 관계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8일 “회사 규모가 커지다 보니 소비자와 시민단체, 언론 외에도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주체가 등장했다”며 “해외법인은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본사에 글로벌 협력팀을 신설해 대응능력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사내 면접을 거쳐 글로벌 협력팀 인원을 선발하고 있다. 조만간 전담 임원도 배치할 예정이다. 팀의 주요 업무는 △해외 정부 및 공공부문과의 커뮤니케이션 △해외 정계, 학계, 업계 주요 인사들과의 미팅 일정 조율 △글로벌 산업정책 분석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등이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사업의 성패가 시장 규제와 표준기술 제정에 좌우되는 일이 많아 관련 기업은 대정부 관계에 적잖은 신경을 쓴다. 특히 최근 미국 의회가 특허와 저작권, 인터넷 프라이버시 등 IT 이슈와 관련해 규제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자 주요 기업들은 미국에서의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총 1822만 달러(약 206억 원)를 로비자금으로 썼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808만 달러, 페이스북도 399만 달러를 지출했다.

삼성전자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월에는 일본 소니에 소속돼 10여 년간 미국 워싱턴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한 조엘 위깅턴을 영입했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원 로비스트로 활동했으며 2001년 1월부터 소니 미국법인에서 부사장 겸 수석변호사로 활동하며 대정부 로비를 맡은 인물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미국에서 사용한 로비자금은 90만 달러(약 10억 원)로 2011년 15만 달러에 비해 6배로 늘어났다.

한국에 진출한 구글이나 MS 같은 기업들도 국회나 정부를 상대로 활동하는 변호사 또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인터넷 기업의 자유로운 통신네트워크 이용(망 중립성), 공동 데이터 개방 등 자사가 원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오픈넷 등의 시민단체에 후원금을 내고 있다. 국내 인터넷 규제 정책에 영향을 미쳐 자사의 사업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이를 벤치마킹하는 다른 국가의 규제에도 영향을 주기 위해서다.

김지현·김용석 기자 jhk85@donga.com
#삼성전자#글로벌협력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