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땐 1조원 허공에… 코레일, 땅값 2조7000억 토해내야

  • Array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 ‘단군이래 최대’ 31조 규모 용산 개발사업 물거품 위기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앞날은 크게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①파산 ②법정관리를 통한 사업 진행 ③사업 주체들의 극적인 합의를 통한 사업 재개 등이다. 이 중 세 번째 시나리오는 사업 주체들 간의 극심한 불협화음으로 디폴트가 난 이상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 하루 만에 디폴트로 급반전

12일까지만 해도 이 사업의 수명은 연장되는 듯했다. 12일 이자 납입 마감시한을 수차례 연기한 끝에 대한토지신탁, 코레일, 사업 실행 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은 지급보증 문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새 상황이 바뀌었다.

이자 대금으로 사용될 64억 원의 지급보증이 문제가 됐다. 코레일과 대한토지신탁이 보증 조건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합의가 무산된 것. 협상은 13일 오전까지 계속됐지만 결국 보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코레일은 “민간 출자사들이 협상력이 없어서 무산됐다”고 주장했고, 용산역세권개발은 “코레일이 최종 합의까지 가놓고 의도적으로 디폴트 상황을 만들었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 디폴트 이후 진행 절차


채무불이행이 바로 부도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문제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만기는 6월 12일이라 아직까지 부도가 진행되려면 3개월 정도 시한이 남아 있다. 하지만 개발시행사인 드림허브에 남은 자금이 7억 원에 불과한데 4월부터 12월까지 총 2조4000억 원의 빌린 자금 만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사업 주체들이 사업 재개에 합의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데다 채권 규모가 워낙 커 법정관리보다는 파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코레일은 파산이 되더라도 ‘자체 개발 방식’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사업이 최종 파산하면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용산 터를 되찾을 것”이라며 “사업의 틀을 새로 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레일의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사업이 이렇게 좌초한 가장 큰 원인은 미래에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아파트, 상가 분양이 잘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사업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새 판을 짠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쉽게 뛰어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코레일의 회사채 발행이 한도를 넘어서 추가로 자금을 빌릴 가능성이 낮다”며 “땅을 되찾더라도 추가 사업자금을 마련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구본환 국토해양부 철도정책관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코레일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메가톤급 후폭풍

개발사업이 파산하면 수조 원의 소송전 등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투입된 자금은 총 4조 원에 이른다. 사업이 최종부도 처리되면 매몰비용(사업 무산 시 회수 불가능한 비용)만 약 1조 원으로 추산된다.

당초 코레일은 고속철도 개발 등으로 진 부채 4조5000억 원을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약 7000억 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자본금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레일은 용산개발 터를 돌려받는 대신에 이미 받았던 땅값 2조7000억 원을 돌려줘야 한다.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자본금이 55억 원에 불과한데 지금까지 이 사업에 총 1737억 원을 투자했다.

고객의 투자를 받아 사업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들의 고민도 크다. 드림허브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금융회사는 KB자산운용, 푸르덴셜부동산투자, 삼성생명, 우리은행, 삼성화재 등이다. 국민연금도 간접적으로 1250억 원 정도를 투자했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다른 민간 출자사들도 출자 지분만큼 손해를 보게 됐다. 이날 증시에서 롯데관광개발의 주가는 하한가로 추락했고 삼성물산 등도 하락했다.

출자금을 잃을 위기에 처한 민간 출자사 관계자는 “아직 최종부도에 이르진 않았지만 투자금의 일부라도 찾을 방법은 소송밖에 없을 것 같다”며 최대 주주인 코레일에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장윤정·박재명 기자 yunjung@donga.com
#코레일#용산개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