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노동자에 車정비교육 ‘맞춤 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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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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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글로벌 CSR, 돈-시설 기부에서 전문기술 전수로 진화

두산인프라코어가 남미 가이아나 조지타운에 개설한 ‘두산 기술교육 과정’의 강의실 모습. 중장비 기술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이 강의실의 테이블 위에 놓인 중장비 부품으로 공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두산인프라코어가 남미 가이아나 조지타운에 개설한 ‘두산 기술교육 과정’의 강의실 모습. 중장비 기술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이 강의실의 테이블 위에 놓인 중장비 부품으로 공부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인구가 100만 명이 채 안 되는 남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가이아나. 1인당 국민소득이 3200달러에 불과한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주로 금광이나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일하거나 숲에서 작물을 채취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가이아나 현지에서 중장비를 판매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가이아나의 수도 조지타운에 ‘두산 기술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30명의 젊은이들이 이 과정을 통해 2년 동안 중장비를 다루고 수리하는 기술을 배울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이 과정을 개설한 것은 주력 산업이 광업과 임업인 가이아나에서 굴착기가 많이 사용되지만 현지에 전문 기술자가 드물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현지 젊은이들에게 중장비 기술을 가르쳐 경제적인 자립을 돕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지 딜러인 ‘팜 서플라이’사가 굴착기 1대를 분해해 기술 교육 기자재로 기증했고 두산인프라코어는 교육에 필요한 기계 매뉴얼과 굴착기 미니어처 등 교재를 지원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사회공헌활동(CSR)도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 단순히 기부금을 내거나 건물을 지어주던 활동에서 벗어나 현지인이 스스로 기술을 익혀 생산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교육’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페루 농부들이 현지 농업 전문가로부터 농업 기술 교육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영세한 현지 농가의 자립을 돕기 위해 농기술을 가르치고 농작물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페루 농부들이 현지 농업 전문가로부터 농업 기술 교육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영세한 현지 농가의 자립을 돕기 위해 농기술을 가르치고 농작물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태양광업체 OCI 직원들은 올해 1월 KAIST 학생 봉사모임인 ‘국경 없는 엔지니어 모임(EWB)’과 함께 네팔 안나푸르나의 모하르단다 지역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의 활동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현지인들에게 무연 연소 스토브를 만드는 방법을 전수한 것이다. 네팔과 같은 저개발 국가는 대부분 나무나 동물의 배설물을 태워 연료로 사용하는데, 이런 연료는 유독가스를 발생시켜 폐암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OCI 직원들과 KAIST 학생들은 자신들이 떠나도 네팔 현지인들이 쉽게 만들 수 있는 무연연소 스토브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을 전수했다.

현대자동차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사회공헌이 일회성 활동에 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1월 가나 코포리두아 시에 자동차 정비 전문가를 키우는 3년제 공업고교인 ‘드림센터’를 세웠다. 자동차 정비기술을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현지 현대차 정비센터에 취업시킬 계획이다. 기부금을 내는 것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현지인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현대차는 판단했다.

포스코도 지난해 8월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인근에서 영농기술자를 기르는 농업훈련원을 열었다. 에이즈에 걸려 생계활동을 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 농업기술을 가르쳐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는 ‘사회적 기업’을 해외 현장에 적용한 사례도 있다. 페루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유전개발사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2월 현지의 빈곤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사회적 기업 형태인 ‘야차이와시(Yachaywasi·교육장이라는 의미의 페루 원주민 언어)’를 설립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지의 800여 빈민 가구가 자립할 수 있도록 농업 전문가를 보내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농산물 판로 개척도 지원한다. 사업 밑천이 없는 농가는 SK이노베이션의 보증으로 저금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고 농산물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대출을 상환한다. 또 지방정부와 협력해 이들 빈민가구에게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해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대기업#글로벌 사회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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