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화장품 판매 늘고 속옷 줄고… 불황기 ‘립스틱 효과’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경기가 불황일 때는 싼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다. 이와 더불어 우울한 기분을 달래주는 제품의 판매도 늘어난다. 싸고 기분을 달래주는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가 립스틱이다. 따라서 이런 불황기 소비 패턴을 ‘립스틱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불황기에 립스틱 판매는 늘어나지만 속옷 판매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한다. 속옷도 립스틱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싸고 우울한 기분을 달래줄 수 있다. 하지만 왜 립스틱과 달리 불황기에 판매량이 늘지 않을까. 립스틱 효과의 본질은 무엇일까.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등 연구팀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미혼 여성 76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불황 관련 사진을 제시했고 다른 그룹에는 불황과 무관한 학습 관련 사진을 보여줬다. 이들에게 립스틱 등 미용 용품과 컴퓨터 등 비미용 용품에 대한 선호도와 배우자의 재정적 조건에 따른 선호도를 조사했다. 불황 사진을 본 여성은 학습 사진을 본 여성에 비해 미용 용품과 재정적으로 안정된 남성을 더 선호했다.

연구팀은 또 미혼 여성에게 불황을 느끼게 한 후 선호도를 조사했는데 저가 제품보다 고가 제품에 대한 구매욕구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립스틱 효과의 본질이 불황기에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대신 연구팀은 불황일수록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하는 욕구가 커지고 이로 인해 립스틱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생명체는 한정된 자원을 성장(자기계발)과 재생산(번식)에 적절히 분배하며 살아간다. 자기계발에 초점을 맞추면 번식에 쓸 자원이 줄어든다. 불황기에는 생존 자체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다. 따라서 자기계발보다는 번식 욕구가 더 강해진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여성은 임신과 양육의 부담이 커서 남성에게 자원을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 여성의 가장 효과적인 재생산 전략은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모습이 많이 바뀌었지만 오랜 기간 형성된 심리적인 성향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그래서 여성은 불황기에 화장품 지출을 늘린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반면 속옷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황기에 굳이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불황기 마케터들은 립스틱 효과의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

안도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