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CEO 일정표, 대외활동보다 직원면담 먼저 채워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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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 자라(ZARA)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자라는 제품의 70%를 2주 안에 교체할 정도로 신상품을 신속하게 내놓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그러나 자라의 창업주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최근 워런 버핏을 제치고 세계 3위의 부호 자리에 올랐다는 기사에서 잠깐 언급됐을 정도다. 1975년 스페인 북부 변두리 도시에서 작은 옷 가게로 시작한 자라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낸 사람은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이다.

그가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유명해져 관심의 중심에 서는 것보다 평범하게 살면서 누리는 자유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 또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보면 자라의 성공이 자기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최고경영자(CEO)가 유명해지고 세상에 드러나는 게 회사에 유익할까? 아니면 회사를 앞세우고 CEO는 뒤로 물러나 조용히 지내는 게 더 나을까? 스타 CEO는 회사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한다. 인지도를 높이거나 회사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CEO가 유명해진 다음이다. 회사 이름보다 자신의 이름이 더 알려지기 시작하면 CEO는 본인의 이미지 관리에 우선순위를 둘 위험이 있다. 해야 할 결정보다 외부에 멋지게 보이는 결정을 내리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는 곳에 주로 머무르기 쉽다는 점도 문제다. 그러다 보면 정작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할 때도 있다. CEO가 외부 강의, 방송 출연, 저술 등으로 바빠지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줄어든다. 회사 내부를 꼼꼼히 살피지 못하거나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 자리를 비울 수도 있다. 이쯤 되면 과연 누구를 위한 CEO인지 질문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다.

CEO의 명성도 조직 구성원들의 수고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그 사실을 아는 경영자라면 직원들과 만나는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자신을 높이기보다 함께 고생하는 직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유가 생길 때 직원들과 대화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시간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진심으로 직원을 아끼는 CEO라면 일정표에 직원들과의 면담 시간부터 채워 넣는 것은 어떨까.

조선경 딜로이트컨설팅 리더십코칭센터장   
정리=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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