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성장]어려울수록… 함께 가는 기업이 빛을 발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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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경영 선언하는 한국 기업들


《코카콜라는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면서 생활이 어려운 여성들에게 소규모 도매점을 열도록 해줬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여성의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코카콜라는 이런 방법으로 1만9000명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줬다. 코카콜라는 여성들을 돕기만 한 걸까. 아니다. 교통이 취약한 지역 곳곳에 3200여 개의 소매점이 생겨났다. 코카콜라의 매출은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아프리카에서 9억5000만 달러 증가했다. 지역사회의 경제 활성화를 도와 이미지를 개선한 것뿐 아니라 소비 기반을 만든 뒤 자신들의 시장도 확보하는 ‘윈윈 효과’를 본 것이다. 기업의 따뜻한 경영은 이렇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승자 독식으로 약자를 소외시키는 탐욕스러운 경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얻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생겨난 것이다.》

따뜻한 경영 나선 기업들


올해 국내 기업 사이에서도 따뜻한 경영이 화두(話頭)다. 연초 주요 그룹 총수들의 신년사엔 사회공헌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당부가 빠짐없이 들어갔다. 경제가 어려운 속에서도 따뜻한 경영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요지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국민경제에 힘이 되고 우리 사회에 희망을 줘야 한다”며 “어려운 이웃이 희망과 용기를 갖도록 사회공헌 사업을 더 활발하게 추진하자”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국민의 행복과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하는 모범적인 기업이 되자”고 당부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사회적 기업을 통해 양극화와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고,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점점 높아지는 사회적, 국민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각각 올해의 화두로 ‘동행’과 ‘함께 가자’를 선정해 발표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과 모든 임직원이 국민과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일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실천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저소득층 중학생 자녀들의 공부를 돕는 ‘삼성 드림클래스’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수도권 5개 대학에서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어려운 이웃에게 자동차를 선물하는 기프트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SK그룹은 올해부터 KAIST에 사회적 기업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개설해 이 분야 전문가급 인재 양성에 나선다.

LG그룹은 연초부터 협력회사에 큰 부담을 주는 경조사 안내를 금지하는 임직원 윤리규정 강화를 단행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투자를 작년보다 20% 가량 늘리기로 했다. 포스코는 중소기업과 함께 이익을 나누는 성과공유제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효성그룹은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견기업도 ‘따뜻한 경영’에 적극적이다. 청호나이스는 순환과 조화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2010년부터 청호나이스 장학재단을 운영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SPC그룹은 매달 해피 프라이데이를 선정해 어려운 이웃을 찾아 봉사하는 활동을 정례화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따뜻한 경영이 오랜 기간 지속될 때 효과가 커진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는 1885년 프랑스로부터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 받을 때 받침돌 건립자금을 기부한 것을 인연으로 1976년 기념 다큐멘터리 제작 자금 지원, 1983년 보수기금 마련 등 공헌을 이어갔다.

국내에서도 SK그룹이 선경 시절부터 이어오고 있는 장학퀴즈 프로그램, 유한킴벌리가 29년째 계속하고 있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뜻한 경영은 비즈니스 모델


기업들이 따뜻한 경영에 나선 배경은 사회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자는 것만이 아니다. 따뜻한 단순히 선행을 베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기업의 성장발판을 마련하는 공유가치 창출 경영(CSV)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미국 톰스슈즈는 소비자가 신발을 한 켤레 살 때마다 한 켤레를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했다. 이 회사는 사회의 공익 이슈를 기업 마케팅에 결합한 이 프로그램으로 4년여 만에 100만 켤레의 신발을 기부했다. 제품이 많이 팔려 회사가 이익을 얻은 것은 물론이고 이 제품을 산 소비자들도 단순한 소비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경영학의 ‘구루’ 필립 코틀러 교수는 “기업들이 공익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이윤이라는 기업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CSR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런 성공사례는 기업의 성과로 이어진다. 미국 공익경영 연구기관인 에티스피어가 지난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이 기관이 선정한 윤리적인 기업 145곳의 연간 주가수익률(PER·특정 기업의 주가를 주당 이익으로 나눈 수치)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에 포함된 일반 기업들의 평균보다 30%가량 높았다.

소비자들이 윤리적인 제품에 지갑을 여는 소비행태를 보이는 까닭이다. 2010년 제일기획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인 49.3%가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부도덕하다고 생각되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안 산다’고 대답했다. 200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서도 응답자 78%가가 ‘품질이 동일하다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사회공헌 우수기업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시장에선 최근 10년 동안 친환경, 유기농, 공정무역 등의 가치를 앞세운 상품들이 두 자릿 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9년 ‘윤리적 상품'의 전체 시장 규모는 380억 달러로 성장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트렌드를 활용해 2009년 미국시장에서 자동차 구입 1년 내에 실업이나, 개인파산, 사고 등 어려움에 처하면 자동차를 다시 사주는 ‘실직자 보장 프로그램’을 실시해 성공을 거뒀다. 당시 27%가 위축된 신차 시장에서 판매를 오히려 1%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허종호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성장 시대(경제), 상생 시대(사회), 빅데이터 시대(기술)가 도래하면서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다”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은 앞으로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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