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경영지혜]가격 결정, 원가보다 소비자 심리를 고려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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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은 기대가치 낮더라도 확실성-공정성을 더 중시해

많은 기업이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해 가격을 정한다. 하지만 이런 가격 책정은 매우 초보적인 방식이다. 재무적 계산 외에 중요한 고려 요인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고객들이 중시하는 주관적 가치다.

예를 들어 50%의 확률로 1억 원을 받을 수 있는 복권과, 90%의 확률로 50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복권이 있다면 전자를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다. 50% 확률 복권의 기대가치는 5000만 원(1억 원×0.5)이지만 90% 확률 복권의 기대가치는 4500만 원(5000만 원×0.9)에 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기대가치가 낮더라도 90%의 당첨 확률을 가진 복권을 선택한다. 더 확실한 이익을 얻고 싶어 하는 심리적인 특성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확실성’과 같은 주관적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다. 따라서 기대가치가 낮더라도 95% 확률 복권의 가격을 더 높게 책정해도 된다.

실제로 ‘확실성’이라는 가치를 이용해 매출을 높인 항공기용 타이어 제조사 사례가 있다. 기존 타이어들은 항공기가 200회 착륙한 후 교체된다. 개당 판매 가격은 1200달러였다. 이 회사는 600회까지 착륙이 가능한 고성능 신제품을 2400달러에 팔고자 했다. 가격 대비 가치로 보면 분명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사주지 않았다. 이미 잘 쓰고 있던 제품을 버리고 두 배나 비싼 신제품을 사는 데 따르는 위험부담과 심리적 거부감 때문이었다.

그러자 이 회사는 전략을 바꿨다. 타이어는 무료로 제공하되 비행기가 1회 착륙할 때마다 4달러씩 받는 새 가격 정책을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2400달러라는 가격은 같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을 없앨 수 있었다. 결국 이 제품은 크게 성공했다.

확실성 외에 공정성 같은 가치도 중요하다. 비싼 커피 가격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던 고객들도 ‘같은 커피를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판다’는 소식에는 강하게 반발한다. 가격 책정에서 소비자의 주관적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0호(1월 1일자)에 실려 있다.

폴 헌트 프라이싱솔루션스 대표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원가#가격 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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