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낮춘다던 석유전자상거래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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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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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업계 시큰둥… 전체 거래량의 3% 머물러

유가를 안정시키겠다며 지난해 3월 출범한 석유전자상거래 시장이 거래 부진으로 표류하고 있다. 전체 거래량의 10%를 목표로 출범했지만 아직 3% 수준에 머물고 있고, 거래대금도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인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같은 국내 4대 에너지 ‘공룡’ 기업이 큰 이득이 없다며 참여하길 꺼리면서 생긴 결과다. 거래량이 적다 보니 가격 인하 효과도 미미하다.

7일 지식경제부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현재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되는 석유는 하루 평균 5432kL(킬로리터), 한 달 기준으론 10만 kL가 채 안 되는 수준이다. 국내 거래량이 한 달에 301만 kL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비율은 3% 수준.

출범 초기 하루 전체 거래량의 0.1%대에 불과하던 때와 비교하면 늘었지만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특히 지난해 9월엔 5.5%까지 높아졌다가 11월 이후 다시 3%대로 하락한 것. 거래대금도 9월 2440억 원 선에서 12월 1463억 원대로 급감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것에 대해 정부와 한국거래소 측은 국내 정유업체들이 참여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성장세가 탄력을 받기 위해선 정유사의 참여가 간절하다”며 “기대만큼 참여가 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전자상거래를 통해 공급되는 물량 가운데 국내 정유사의 비율은 0.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일본 등 해외 업체다.

정부가 석유 전자상거래 시장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공급자 위주인 현재 가격구조가 불합리하고 불투명해 유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급업체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구매자 측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유가를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것.

지식경제부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기름을 구입해 판매하는 주유소의 유가를 분석한 결과 L당 13원의 인하 효과가 실제로 있었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공급이 100%로 늘어나면 최대 53원까지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 측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전자상거래 시장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인세 감면 등 당근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는 법인세의 0.3%를 감면해줬는데 올해부터는 이를 0.5%로 늘렸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단가 인하로 정유업체가 타격을 입지 않도록 해외 진출을 지원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문신학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장은 “전자상거래 참여 확대를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 등을 검토 중”이라며 “해외 진출 시 거래국과 무관세 협정 등을 맺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를 끌어들이기엔 역부족.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법인세 감면 폭이 작아 실제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투명하게 가격이 형성되면 결국 기름값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업계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석유전자상거래#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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