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하드웨어+소프트웨어+이동통신 서비스… 트라이버전스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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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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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팔린다”

2014년 12월. 크리스마스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박민수(가명), 김희경(가명) 씨는 신혼집에 들일 냉장고와 세탁기를 사기 위해 집 앞 이동통신사를 찾았다. 이들이 사려는 냉장고와 세탁기는 모두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TE) 기능이 들어있는 ‘스마트 가전’이다. 냉장고는 내부의 음식이 상하려 하면 상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고, 세탁기는 빨래가 끝나면 “빨래가 끝났으니, 건조기에 말리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태블릿PC로 쏘아준다.

이들이 대형마트나 전자제품 양판점 대신 통신사를 찾은 것은 ‘전자제품 전용 데이터 요금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통신사는 2년 약정으로 스마트폰을 사면 요금할인을 통해 단말기 값을 깎아주는 것처럼 이 요금제 가입 고객에게 전자제품 가격을 할인해준다. 소비자로서는 전자제품도 스마트폰처럼 할부로 살 수 있으니 목돈을 들여야 하는 부담도 덜었다.

이동통신사가 유통의 중요한 축(軸)을 담당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통신사가 전자회사의 스마트폰을 받아 고객에게 파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카메라’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이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이동통신 서비스 등 3가지 이상의 기술을 결합해 경쟁사와 차별화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트라이버전스’가 기업 경영의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갤럭시카메라는 트라이버전스 전략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 트라이버전스 대박 갤럭시카메라

갤럭시카메라는 기존 디지털 카메라에 4세대 이동통신인 LTE 기능을 넣어 찍은 사진을 곧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등 각종 소프트웨어 기능을 갖고 있다. 즉 단말기(카메라), 네트워크(LTE), 소프트웨어 기능이 모두 들어있는 트라이버전스 모델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카메라가 지난달 8일 영국을 시작으로 세계 32개국, 57개 통신사에 출시된 지 두 달여 만인 올해 말까지 30만 대가량이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카메라 업계는 400달러(약 43만 원) 이상의 카메라가 한 달에 4만5000대 이상 팔리면 ‘초 대박’이라고 본다. 갤럭시카메라의 판매속도가 인기 카메라의 3배가 넘는 셈이다.

○ 전자제품도 2년 약정으로 사는 시대

실제 갤럭시카메라는 출고가가 75만5000원인데, KT에서 한 달에 6기가(GB)를 쓰는 월정액 4만9000원 요금제에 가입하면 매달 1만9000원의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다. 이를 2년간 쓰면 소비자는 45만6000원을 할인받게 돼 75만 원대의 카메라를 약 30만 원에 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통신사로서는 요금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삼성전자는 판매량을 늘리는 한편 출고가를 비싸게 책정해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지킬 수 있다. 휴대전화와 갤럭시카메라 외에도 트라이버전스 모델은 더 있다. KT는 통신서비스와 유아용 콘텐츠 서비스를 결합한 유아용 로봇 ‘키봇’을 내놓았고, 삼성전자는 KT와 함께 와이브로 서비스를 내장한 노트북을 내놓기도 했다. 이 노트북 역시 와이브로 요금제와 함께 가입하면 단말기 요금을 할인해준다.

그러나 트라이버전스 유통이 만능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통신사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브랜드 가치가 높고 마케팅 역량이 우수한 제조사의 상품만 우선 출시해 대기업 중심 구도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트라이버전스(Trivergence) ::

3을 뜻하는 트리플(triple)과 융합을 의미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를 결합한 신조어.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를 융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일컫는다.

정진욱·정지영 기자 coolj@donga.com
#트라이버전스#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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