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와인매장에 쇼팽 틀었더니 고객들이 비싼 와인에 손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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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폴크스바겐이 자사 자동차의 연료소비효율이 뛰어나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활용해 제작한 광고.
폴크스바겐이 자사 자동차의 연료소비효율이 뛰어나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활용해 제작한 광고.
고흐나 달리처럼 유명 화가의 그림이 들어간 제품은 고급스러워 보인다. 제품의 성능에 차이가 없다면 소비자들은 명작이 삽입된 제품을 선호한다. 예술 작품이 갖고 있는 고품격 이미지가 제품에 그대로 전이되는 이른바 ‘아트 인퓨전(Art Infusion)’ 효과다.

헨릭 헤그베트 미국 조지아대 경영대학 교수 등이 진행한 실험을 보자. 이들은 동일한 은식기 세트를 포장해 한 상자에는 반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 작품을 그려 넣고, 다른 상자에는 고흐 작품과 느낌은 비슷하지만 그림이 아닌 사진을 넣었다. 이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고흐 그림이 들어간 제품을 더 고급스럽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에 대한 선호도 역시 고흐 그림이 들어간 쪽이 더 높았다. 명화의 품격과 명화에 대해 느끼는 호의적인 감정이 제품에 고스란히 전이된, 전형적인 아트 인퓨전 효과다.

명작의 효과는 그림에 국한되지 않는다. 찰스 아레니 미국 텍사스대 교수가 와인 판매점에서 진행한 실험을 보자. 그는 약 3개월 동안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마다 한 매장에는 클래식을, 다른 매장에는 팝송을 틀었다. 클래식을 틀기로 한 매장에서는 모차르트 멘델스존 쇼팽 등의 음악을, 팝송을 틀기로 한 매장에서는 플리트우드 맥, 러시 등의 노래를 틀었다. 두 매장의 음악 볼륨은 동일하게 유지했다. 실험 보조자들은 점원으로 가장해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연령이나 성별이 고르게 분배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그러고 배경 음악이 와인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음악 장르는 와인 선반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나 살펴보는 와인 개수, 구입 개수 등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대신 구입하는 와인의 개당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클래식이 연주된 매장에 들어간 사람들이 구입한 와인은 팝송이 흘러나오는 매장에 들어간 사람들이 구입한 것보다 3배 이상 비쌌다. 클래식은 소비자가 자신을 좀 더 고상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비싼 와인을 구입해야 자신의 품격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도록 유도했다. 음악이 소비자의 자아 인식에 영향을 미쳐 구체적인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명작과 관련한 일련의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예술 작품을 브랜드에 접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브랜드는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가 잘 연상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때 예술 작품을 활용하면 명작이 갖고 있는 인지도와 연상을 고스란히 이어받을 수 있다. 특히 브랜드가 가진 특징에 잘 어울리는 예술 작품을 활용하면 그 효과를 더욱 키울 수 있다.

폴크스바겐이 좋은 예다. 폴크스바겐은 ‘터무니없이 낮은 연료소비’라는 메시지를 살바도르 달리와 르네 마그리트 그림을 활용해 표현했다. 달리와 마그리트는 독특하고 기괴한 이미지로 유명한 초현실주의 화가들이다. 이들의 그림은 ‘터무니없다’는 폴크스바겐의 캐치프레이즈와 딱 맞아떨어진다. 보는 이들은 이 광고를 통해 흥미롭고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된다. 폴크스바겐의 표현이 보다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은 물론이다. 일본의 음향기기 브랜드인 테크닉스는 턴테이블 광고에서 뭉크의 ‘절규’ 그림을 패러디했다. 그림 속 주인공이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은 테크닉스의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작품이나 이런 효과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일단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 사실적이고 탁월한 표현력을 갖췄거나 사물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으로 장기간 사랑받은 작품이어야 한다. 또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된 작품일수록 효과가 크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을수록 제품이 누리는 인지도 제고 효과 또한 확대된다.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을 마케팅에 적용한다. 예술 작품이 시각적, 청각적 경로를 통해 소비자가 제품을 좀 더 고급스럽게 느끼도록 만들고 이것이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실제 마케팅에 보다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8호(2012년 1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올해 성공작-실패작 집중 분석

▼스페셜 리포트


1990년대 유행했던 문화적 이슈들을 섬세하게 담아내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은 ‘애니팡’, 두 달 넘게 빌보드 차트 2위를 유지하며 말춤으로 세계인을 매료시킨 ‘싸이’ 등 올해 소비자들은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아이템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아 큰 비난을 받거나(대한축구협회, 티아라) 독특한 발상에 집착한 나머지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실패로 끝난 사례(아이스치킨)도 있었다. 올해 주목할 만한 사례들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집중 분석했다.
잡스가 직원들에 고함 친 이유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막 복귀했을 때였다. 당시 애플은 10여종의 매킨토시를 비롯해 수많은 컴퓨터와 주변기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몇 주 동안 제품을 검토하다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잡스는 소리를 질렀다. “이제 그만! 이건 미친 짓이야.” 잡스는 화이트보드에 2×2 매트릭스를 그린 후 가로줄에는 ‘일반인용’ ‘전문가용’, 세로줄에는 ‘데스크톱’ ‘휴대용’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각 사분면에 해당하는 제품을 하나씩 결정해 총 4개의 제품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없애라고 말했다. 소수의 제품을 위대하게 만드는 일에 힘과 전략을 집중하라는 의미였다. 우리 시대 최고의 창의적 혁신가 잡스가 남긴 교훈을 꼼꼼히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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