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재형저축, 속 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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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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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폐지됐다가 내년에 부활하는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기대와 달리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재형저축에 과거만큼 높은 금리를 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 ‘재산형성저축’ 이름값 못하나


2013년 부활되는 재형저축은 총 급여 5000만 원 이하 근로자와 소득 3500만 원 이하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10년 이상 유지할 때 연간 1200만 원까지 15년간 주민세를 포함한 이자소득세(15.4%)가 면제된다. 관련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지만 “가입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에 따라 7년 이상 가입, 10년간 비과세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말 세법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과 시행세칙 등이 시행되려면 내년 2월 이후에나 관련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2013년에 판매될 재형저축이 높은 금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판매될 당시 재형저축은 10%대의 높은 금리에 각종 이자 감면 혜택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은행들이 재형저축에 연 5, 6%대의 이자율을 보장하기 어렵다. 은행권의 순이자마진율이 2%대 이하로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앞으로 이 같은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도 낮다. 올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75%까지 떨어졌고 내년에도 추가로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보조금이 지원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재형저축 상품의 금리를 정하도록 돼 있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28일 주요 시중은행 수신업무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형저축의 금리는 연 4%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은행 관계자는 “5%대 이상의 금리를 책정하면 무조건 은행들로서는 손실을 보게 돼 있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4%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내년도 경제상황이 어렵고 은행 수익구조가 예전과 달리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아무리 은행들의 팔을 비틀어도 금리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장기 금리가 하락 추세인 점도 금리를 높이기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4%대 금리를 주기도 어려워 일반인에게 메리트가 있을지 의문이다”며 “재산 형성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는 ‘속빈 강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주도권 다툼 재정부 승리

금융위원회는 재형저축의 금리가 ‘장기주택마련저축’이나 ‘3년 만기 정기예금+α’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3, 4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1%이고 장기주택마련저축은 현재 은행별로 연 3.4∼4.1%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장기주택마련저축 비과세를 없애고 재형저축 비과세를 만든 셈이어서 ‘조삼모사(朝三暮四)’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와 기획재정부가 금융세제 기능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을 벌이다 설익은 정책이 나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1월 금융세제팀을 신설하면서 재형저축을 부활시킨 재정부가 금융시장에 대한 고려 없이 세제와 재정만 고려했다는 것이다. 재정부가 금융세제팀을 만들자 금융위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올해 초 금융조세팀을 신설하며 금융세제 정책의 주도권 다툼을 벌였지만 재정부의 승리로 끝났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재형저축이 없어질 때도 막대한 재정부담에 대한 고려가 컸던 만큼 정부가 재형저축에 재정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재형저축에 들어올지 말지 선택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재정부가 주도해 만든 재형저축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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