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무역 8강’ 숨은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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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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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무역(수출+수입) 규모가 다음 달 8∼10일경 1조 달러(약 108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달성, 첫 세계 8위 무역대국(大國)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 본보 27일자 A1·B2면 참조
- 지경부 “올해 무역규모 伊 제치고 세계 8강”
- [오늘의 핫 이슈]한국 무역 규모 세계 8위로 상승 의미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무역 1조 달러를 넘어 2조 달러를 향해 나아가려면 중소기업과 비(非)제조업의 수출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분야에서 모범이 되는 사례를 소개한다.》
‘마르지 않는 콘택트렌즈’ 기술로 815만 달러


■ 김숙희 뉴바이오 대표


‘마르지 않는 콘택트렌즈’를 만들어 주로 수출하는 뉴바이오는 세계 렌즈업계를 선도하는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1988년 광주에서 직원 15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를 크게 도약시킨 주인공은 ‘여장부’ 김숙희 대표(56·사진)다.

결혼 후 전업주부로 지내던 김 대표는 남편이 콘택트렌즈업체 바이오럭을 세워 운영하는 것을 1년 남짓 어깨 너머로 지켜봤다. 처음엔 회사 일손을 돕는다는 차원이었지만 점점 자신도 모르던 사업가로서의 잠재력을 보였다. 2000년에는 남편에게서 경영권을 넘겨받아 회사 이름도 뉴바이오로 바꿨다.

김 대표는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탄탄하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은 사업 초기 어려웠던 시절 남편과 공유했던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없던 콘택트렌즈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 재산을 쏟아 부었는데도 금세 성과가 나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다”고 돌이켰다. 김 대표 부부는 연구개발(R&D)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전남 목포시의 105m²(약 32평) 아파트를 처분하고 공장에서 살기도 했다. 당시 부사장이었던 김 대표는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려고 직접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만들고 검사 작업을 했다.

이렇게 보낸 힘든 시기는 1993년 이후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는 자양분이 됐다. 뉴바이오는 국내 최초로 인공피부 소재인 ‘터폴리머’를 콘택트렌즈에 접목한 제품으로 상승세를 탔다. 24시간 끼고 있어도 보습 효과가 유지돼 눈이 마르지 않는 렌즈였다.

2007년 42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97억 원으로 늘었고 광주 본사와 서울 대구 부산 대전지사에 이어 중국에도 지사와 공장을 마련했다. 수출 실적 역시 2009년 429만 달러, 2010년 518만 달러, 2011년 681만 달러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10월 말까지 815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배-포도 등 우리 농산물 美에 수출 700만 달러 ▼


■ 임종세 리마글러벌 사장


“중학생 때는 시골 과수원에서 일하며 학비를 벌었고 고교 시절에는 서울로 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경매인으로 돈을 벌어 학업을 계속했습니다. 그 일들이 지금 사업과 이어지는 셈이네요.”

신선 농산물 수출업체인 리마글러벌 임종세 사장(48·사진)은 28일 “어렸을 때부터 농업과 유통업의 밑바닥을 경험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2004년 설립된 리마글러벌은 2006년 무역의 날 ‘1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2010년에는 ‘300만 달러 수출 탑’을 받았다. 지난해 수출액은 500만 달러가 넘었고 올해는 700만 달러(약 76억 원) 수출을 바라보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은 배, 포도 등 우리 신선 농산물이며 60%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한다. 매출의 98%를 수출로 올린다.

임 사장은 “한국에서 수출하는 배의 14% 정도가 전남 나주에서 나고 그 배의 70∼80%를 우리 회사가 수출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교민이 아닌 미국 일반 소비자에게 한국 배와 포도를 처음 소개했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임 사장에 따르면 미국인은 딱딱한 서양 배와 달리 부드럽고 즙이 많은 한국 배를 특히 좋아한다. 그런데 최근까지 미국 소비자들은 국산 배 맛을 몰랐고 한국 농민도 미국인의 그런 취향을 잘 몰랐다. 그는 미국 코스트코의 구매 담당자를 나주로 초청해 한국의 배 맛을 보여줬고 수시로 미국에서 시식회를 열었다. 국내에서는 농가를 모아 수출전문화단지를 꾸리고 ‘무조건 크게 키워야 잘 팔린다’고 믿는 농민들을 설득해 미국에서 잘 팔리는 적당한 크기로 과일을 키우게 했다.

임 사장은 “신선 농산품 외에 쌀과자, 조미김 같은 가공식품 수출도 늘려 계절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공식품에 붙는 관세가 없어진 덕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무역대국#뉴바이오#리마글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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