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fresh유·통·혁·신… 이마트 후레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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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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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은 시시각각 가격이 바뀐다. 우리나라는 특히 더 그렇다. 올여름 배추 가격만 봐도 알 수 있다. 올 한해 우리 나라는 가뭄 폭염 폭우 태풍 등으로 기후가 안 좋았다. 그 결과 대관령의 고랭지 배추는 제대로 크지 못했다. 평균 50%가 넘는 배추가 속이 썩었고 농민은 울었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이 7,000원이 넘었고 소비자도 함께 울었다. 사시사철 김치를 먹어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재앙이었다.

이마트가 최근 경기 이천시에 농수산물 저장고 '후레쉬센터'를 열었다. 해마다 널뛰는 농수산물 가격을 잡기 위한 새로운 실험이다. 초대형 농수산물 '노화 방지' 냉장고라고 보면 된다. 지하 1층, 지상 5층에 4만6535㎡ 규모로 웬만한 축구장만 하다.

이마트는 올해 60개 품목 10만 t가량의 5,000억 원 규모 농수산물을 시작으로 2014년께에는 1조 원가량의 물량을 이 센터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한 해 전국의 이마트에서 팔리는 3조 원어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최병렬 이마트 대표는 “이마트 후레쉬센터를 통해 기존 농수산물 가격 대비 20~30% 가량을 내려 물가 안정 및 소비자 이익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과학이 물가를 낮춘다

후레쉬센터는 싼 가격에 많은 양의 농수산물을 매입하고 최첨단 저장고에 보관해 가격이 비쌀 때 시장에 풀어 물가를 낮추는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과학의 힘으로 가능하게 됐다.

이 센터의 핵심은 3층에 있는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고다. 온도와 산솔르 낮추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농산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저장고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이미 상용화됐지만 국내에서는 산지 수집상이나 도매상이 영세해 투자를 할 수 없어 시설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마트이 한 과계자는 “과일이든 채소든 수확 시기와 소비 시기가 불일치해 수확 시기가 3~5개월 지나면 가격이 높아지지만 이 저장고에 1년 동안 보관하면 항상 일정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 수확기가 한참 지난 뒤에도 수확기와 같은 맛을 낼 수 있어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사과는 저장고에 들어가기 전 '전분 검사'도 한다. 얇게 자른 사과에 요오드를 떨어뜨려 반응을 봐 전분의 양을 알아내는 검사다. 전분은 당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인데 전분의 양을 알아내 저장기간 동안 CA 저장고 내 산소의 양을 조절한다.

거의 모든 시설의 자동화는 신선식품의 품질 유지로 이어진다. 과일은 자동선별기에 넣어 하나하나 무게와 당도를 동시에 측정한다. 기준에 못 미치는 과일은 생산 라인에서 빠지고 통과된 사과는 등급별로 포장된다.

산지직거래! 가격은 낮추고 농가는 웃고!

이마트에는 전국의 농수산물을 담당하는 50여 명의 바이어가 있다. 바이어의 역할은 산지 직거래와 대량 매입 등 유통 단계를 최소화하여 질 좋은 농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들은 좋은 농수산물만 있다면 밤낮없이 어디든 달려간다. 수백 ㎞ 떨어진 곳이라도 상관없다. 배추의 경우 올해 김장철에만 200만 통가량이 올라온다.

전남 영광군의 배추 생산지에서 만난 한 바이어는 “한 달에 차를 타고 움직이는 거리가 몇천 ㎞는 될 것” 이라며 “올 초 사전계약해 놓은 배추가 수확기라 이곳에서 사흘째 밤낮을 모르고 농민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산지 직거래는 농가에도 수익을 10~20% 더 가져다준다.

농산물은 우리의 미래… 유통구조 혁신이 답이다

후레쉬센터를 통해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이마트. 시설 투자비 1,000억원. 이 모험에 가까운 투자가 과연 성공할까?

농자천하지대본, 즉 농업이 천하의 근본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촌에는 언제부턴가 젊은 농민이 없다. 그 자리는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신하고 있다. 힘들게 농사지어 봤자 돈이 안 되니 젊은이들은 도시로 다 떠나는 게 당연지사다.

쓸데없는 유통 단계를 만들어내 터무니없이 가격을 높여온 악덕 유통업자의 이윤은 농민과 소비자의 몫이 돼야 한다. 그래야 농민도 살고 소비자도 살 수 있다. 젊은 농민이 다시 생겨 농촌을 활기차게 해야 한다. 저장이라는 과학의 힘을 빌려 농민과 소비자 그리고 민간기업이 웃어야 한다. 그게 바로 상생이고 우리의 미래다.

-동아일보 사진부 스토리팀
#후레쉬센터#이마트#CA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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