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선 조종을 사무실 앉아 슈팅게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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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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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 원유시추선 시뮬레이터 국내 첫 개발

대우조선해양 중앙연구소 직원이 시뮬레이터 조종석에서 반잠수식 원유시추선 안에서
대형 파이프를 운반하는 모습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대우조선해양 중앙연구소 직원이 시뮬레이터 조종석에서 반잠수식 원유시추선 안에서 대형 파이프를 운반하는 모습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지금 헬기를 타고 바다에 떠 있는 반잠수식 원유시추선 안으로 들어오신 겁니다.”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대우조선해양연구소. 대우조선해양 정보기술팀 박광필 차장이 사무실 문을 열자 100㎡(30평) 남짓한 공간의 사방에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조종실이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이 드릴십·반잠수식 원유시추선의 조종실을 그대로 땅 위에 재현한 조종 시뮬레이터로 이를 개발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대형 스크린 앞에는 조종석 2개와 대형 스크린이 전후좌우로 설치돼 있었다. 실내의 내부는 실제 배 위의 조종실인 ‘드릴링 캐빈’과 동일하게 구성돼 있다. 화면을 통해 마치 1인칭 슈팅게임을 하는 것처럼 빨간색 작업복을 입고 안전모를 쓴 엔지니어 아바타를 따라 3차원(3D) 화면으로 시추선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었다. 시야를 바다 아래로 넓히면 심해 속 시추시설과 시추선의 바닥 부분도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기 위해 1년 6개월간 공을 들였다. 망망대해에서 원유를 채취하는 해양플랜트는 떠오르는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그러나 부품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부품 수리와 시운전에 오작동이 발생해도 부품과 전체 구조와의 연관성을 쉽게 파악하지 못해 바로바로 대처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국내 조선사 직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르웨이나 미국에 가서 연간 수십억 원을 들여 시뮬레이션 교육을 받아 왔다.

대우조선해양 정보기술팀 함승호 대리가 조종석에 앉아 스크린 안에 있는 기계를 움직이자 왼쪽에 있던 30m 길이의 시추용 파이프가 들어올려졌다. 이어 오른쪽에 있던 파이프 연결용 기계를 움직여 두 개의 파이프를 하나로 연결했다. 뒤쪽의 화면에서는 시추선을 조종하는 직원의 시각으로 실제 기계가 움직이는 상황을 3D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이 시뮬레이터로는 영국 최대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고와 같은 가상의 해상 폭발 사고 시나리오를 입력해 사고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훈련을 할 수도 있어 새로운 사고 방지 시스템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차장은 “이 장비를 활용하면 설계와 연구개발, 영업 분야 직원들을 훈련시켜 해양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선박 제작 때 발생하는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주나 외부 연구소와 손잡고 연구 과제를 수행한 뒤 독자적인 시추 장비 개발에 활용해 해양플랜트 분야 경쟁력을 더욱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박 차장은 “미국이나 유럽이 독점해 온 해양플랜트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원유시추선#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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