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수수료-자산운용 부실로 수익률 뚝… ‘반쪽 보고서’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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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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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 ‘소비자 리포트’로 본 연금저축 운용실태

연금저축 상품 수익률이 정기적금 수익률보다 낮은 주된 이유는 수수료는 많이 떼면서 돈은 제대로 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연금저축의 수수료 체계와 연금자산 운용방식 점검에 나선 것은 이 두 가지 요소가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과도한 수수료가 수익률 낮춰

금융회사는 연금저축 납입액으로 돈이 들어오면 사업비와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일단 돈을 뗀 뒤 남은 돈을 운용한다.

손보사를 예로 들면 가입 1년차에 떼는 수수료가 적립금 대비 13.97%에 이른다. 10만 원을 보험료로 냈다면 1만3970원을 뗀다는 이야기다. 수수료를 제하고 남는 돈 8만6030원으로 연간 10%의 수익을 올린다 해도 납입료 기준 수익률과 비교하면 손실이 나게 된다.

생보사는 가입 첫 해 수수료로 걷어 가는 돈이 적립금 대비 11.12%에 이른다. 반면에 은행과 자산운용사의 1년차 수수료는 적립금 대비 각각 0.77%, 0.78%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비율은 10년차가 되면 자산운용사가 1.26%로 가장 많아지고 생보사(0.51%)와 손보사(0.61%)는 1% 이하로 떨어진다. 은행의 10년차 수수료율은 0.92%이다.

은행의 수익률이 낮은 것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자산 운용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은행이 판매하는 연금저축신탁 채권형은 채권에 100% 투자하며 안정형은 주식에 10% 이내를 투자하고 나머지 돈은 모두 채권 투자에 집어넣는다.

환매조건부채권(RP)과 회사채 등에도 투자할 수 있지만 은행들은 안정성을 중시해 90% 이상을 국공채에 투자한다고 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은행에서는 채권을 사야 될 때 팔고, 팔아야 될 때 사는 등 매매 포지션을 반대로 선택하는 바람에 수익률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용우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연금저축 상품의 수익률이 낮은 것은 소득공제 효과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고객을 모으는 데 열을 올리면서도 연금자산의 운용, 관리에는 소홀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리포트는 반쪽 보고서’ 지적도

금감원이 이번에 처음으로 발표한 ‘금융소비자 리포트’를 놓고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많다. 이 리포트에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금융사별, 상품별 수익률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회사별 수익률은 발표하지 않고 금융권역별로 상, 중, 하 등급으로 나눈 뒤 회사의 등급만 공개했다. 금감원은 수익률을 기준으로 권역별 상위 25%는 상, 하위 25%는 하, 중간 50%는 중으로 구분했다. 정영석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부국장은 “상 등급과 하 등급의 수익률 차이는 2배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회사별 수익률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반발을 의식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외면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수익률 비교가 상 중 하로만 분류돼 소비자 관점에서 전혀 변별력이 없는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정숙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가입 시기에 따라서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회사별 수익률을 단순 비교하는 게 부적절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금융권역별로 월평균 수익률을 산정하면서 이 수치보다 더 큰 변동성을 함께 명기한 것은 비교수치로 의미가 없고 소비자들에게 정보도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자산운용사 연금저축펀드(월평균 수익률 1.02%, 변동성 5.87%)의 실제 수익률은 1.02±5.87%로 최대 6.89%에서 최소 ―4.85%까지 수익률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이렇게 넓은 구간을 갖는 수익률로는 해당 상품의 수익성이 좋은지 나쁜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들도 이번 리포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수수료를 감안한 향후 15년차 수익률에서 꼴찌를 한 손보사들의 불만이 크다. 손해보험협회의 한 관계자는 “연금저축은 초장기 상품인데 10년만 놓고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2005년 이후만 놓고 보면 손보사들의 수익률이 더 좋다”고 주장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수수료#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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