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리포트]한세실업 vs LG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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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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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패션 호재냐, 브랜드 파워냐

올해 국내 의류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소비심리가 빠르게 냉각되면서 순조롭게 성장하던 의류시장이 정체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날씨 역시 의류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수십 년 만의 폭염과 연이어 찾아온 태풍, 가을장마는 일찌감치 가을 제품을 선보이며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려던 의류업체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의류시장을 덮친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했다. 국내 의류시장의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20, 30대가 값싸고 유행을 발 빠르게 반영하는 ‘패스트 패션’에 몰리면서 글로벌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에 납품하는 한세실업 등 국내 주문자부착생산(OEM) 기업들엔 큰 호재가 됐다. 국내 의류시장의 대표주자인 LG패션 등도 이르면 올해 말부터 소비심리가 호전되면서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올 것이란 전망이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SPA 브랜드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강호와 국내 의류시장을 이끌어온 전통 강자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세실업은 나이키, 갭, 랄프로렌, 아베크롬비앤피치 등 미국인이 즐겨 입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회사다. 여기에 월마트, 타깃 등 미국 대형마트의 자체상표(PB) 의류를 합치면 연간 수출규모가 2억 장을 넘어선다.

특히 한세실업은 지난해 글로벌 SPA 브랜드인 H&M에 이어 올해 자라(ZARA)와도 납품계약을 하면서 ‘패스트 패션’ 바람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한세실업은 대부분 의류업체의 매출액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올해도 15%가량의 높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이혜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글로벌 SPA 브랜드와의 거래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미국에만 국한돼 있던 시장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성장잠재력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중국의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생산설비를 갖춘 한세실업에는 주문량 증가 등 호재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내수 중심 사업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던 LG패션은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연말로 갈수록 의류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강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LG패션은 소비심리 회복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부터 LG패션의 발목을 잡았던 재고 증가의 악재를 털어낸 데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패션은 향후 5년 안에 보유한 모든 브랜드를 중국에 진출시켜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표 캐주얼 브랜드인 헤지스는 올해 매출 500억 원, 유통망 120개를 목표로 상하이,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 대형매장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배은영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연말부터 경기가 개선되면서 남성복, 캐주얼 부문을 토대로 아웃도어와 여성복 부문의 성장세를 타고 안정적인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며 “중국 사업 투자 확대 등 국내를 벗어나 해외 진출에 힘쓰는 점도 중장기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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