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OS]서민금융 ‘햇살론’ 대출기준 완화하자… 연체율 2.1%→8.9%로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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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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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95% 보증 - 심사시스템도 느슨… ‘묻지마 대출’ 논란속 혈세낭비 우려

《 금융당국은 최근 서민금융상품 대출실적을 받아보고 비상이 걸렸다. 이명박 정부가 대표적인 경제 치적으로 꼽는 햇살론의 올 상반기(1∼6월) 신규 대출액이 182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나 줄어서다. 다급해진 금융위원회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논란에도 8월부터 햇살론의 정부 보증비율을 기존 85%에서 95%로 높이고 금리는 낮췄다. 신용등급과 소득기준도 완화했다. 이에 질세라 금융감독원도 은행들에 경영평가 항목에 서민금융 실적을 넣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
하지만 높은 연체율이 정부의 계획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햇살론의 대위변제율(연체로 인해 채무자 대신에 정부가 빚을 갚아주는 비율)은 지난해 7월 2.1%에서 올 7월 8.9%로 급등했다. 새희망홀씨 연체율도 이 기간 1.6%에서 2.8%로 올라갔다. 경기 악화로 가뜩이나 부실 대출 단속에 여념이 없는 금융기관은 연체율이 치솟자 서민금융 상품 판매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 완화→연체율 상승→대출 감소의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금융당국의 견해는 변함이 없다.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연체율 상승을 우려해 서민금융 대출을 줄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이겨내지 못한 신용불량자들이 대거 양산되면 2003년 카드사태와 같은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막대한 규모의 정부 재정이 투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현행 서민금융대출 심사 시스템은 너무 느슨하다”며 “누가 진짜로 돈이 필요하고, 상환의지가 있는지를 제대로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을 이용하는 저(低)신용층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대출자들이 오히려 높은 이자를 내는 역차별도 보완해야 할 과제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서민금융의 현황 및 평가’에서 “현재 신용등급 5∼10등급자는 햇살론과 바꿔드림론을 통해 연리 10∼13%로 돈을 빌린다”며 “반면에 신용등급 차상위 대출자는 여신 전문사에서 연리 20∼30%의 고금리 대출을 받는 역차별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부 보증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금융기관의 자기부담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또 정부 재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등이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을 촉구했다. 이형주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1, 2금융권 사이의 금리 차가 워낙 커 연리 10∼20%의 대출상품이 부족하다”며 “신협, 저축은행 등이 자체 영업모델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서민들에게 무담보 대출을 늘리려면 금융당국이 자산건전성 규제를 일부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창균 교수는 “모든 금융기관이 절대로 망하면 안 된다는 금융당국의 논리는 문제”라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같은 규제를 적절히 풀어 서민대출을 늘릴 수 있는 여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햇살론#대출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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