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올해 기업공개 19개사 중 9곳의 주가, 시초가 밑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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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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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직후 투매 기관만 ‘단물’… 개미들의 무덤

태양전지 장비 제조업체인 비아트론은 공모가 1만5900원에 기업공개(IPO) 절차를 마치고 5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2만5500원. 개장과 함께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이날 하한가로 추락하더니 11일 현재 주가는 1만5200원으로 공모가 아래로 떨어져 있다.

공모에 참여하지 못해 상장된 뒤 주식을 사들였던 개인투자자들은 계속되는 주가 하락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공모단계 이전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상장 이후 매각해 이득을 챙긴 벤처금융사 등 기관투자가들에게 분노의 화살을 던지고 있다.

기관들은 공모 전에 비아트론 지분을 27.2% 갖고 있었다. 이들은 5월 상장 이후 주식을 대거 처분하기 시작했다. 공모 전 지분을 갖고 있던 A벤처금융사는 8월 두 차례에 걸쳐 7%대의 주식을 전량 매각하기도 했다. A벤처금융사가 주식을 전량 매도한 1주일 뒤 비아트론의 주가는 연중 최저치를 보였다. 개인투자자 신모 씨는 “기관 등 굵직한 주주들이 연일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으니 어떻게 주가가 올라가겠느냐”며 “공모가만 회복하면 매도할 계획이지만 좀처럼 주가가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 침체로 IPO 후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급락한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공모에 참여한 개인과 공모 전 지분을 확보했다가 상장 직후 매각한 기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된 19개사 중 현재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기업은 6개로 나타났다. 상장 직후의 주가인 시초가를 밑도는 회사는 9개로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상장기업의 주가가 공모가와 시초가를 밑도는 이유에 대해 “애초에 공모가와 시초가에 거품이 끼어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가 공모 작업을 진행하면서 기업 가치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한 것이 이유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IPO 이전에 공모가보다 싸게 주식을 사놓은 뒤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했을 때 처분한 일부 기관만 IPO의 수혜자가 되는 셈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개인들은 공모 전에 주식을 살 수 있는 통로가 제한돼 있어 기관을 비롯한 일부 투자가들만 공모 뒤 매도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상장한 전기전자부품 제조업체 나노스는 공모 전 11.4%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P벤처금융이 이달 들어 지분을 6%대까지 낮췄다. 나노스에 투자한 김모 씨는 “아직 주가 흐름이 괜찮은 편이지만 기관과 벤처금융은 팔고 개인만 주식을 들고 있는 것 같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장된 코이즈와 AJ렌터카도 기관의 지분이 각각 21.1%, 45.5%에 이른다. 이들 기관이 매도에 나서면 주가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개인들이 신규 상장된 종목에 투자할 때에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기업 가치와 주가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한 뒤 투자를 결정해야 큰 손실을 입지 않는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직후 기관의 투매를 두고 정당한 차익 실현인지, 개인을 울리는 ‘먹튀’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며 “다만 정황만 있고 물증이 없는 상황이라 개인들이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기업공개#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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