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 세계는 청년일자리 전쟁중]한국 특성화高 직업교육은 ‘학교안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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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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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내용 기업요구에 못미쳐 실제 취업으로 잘 연결 안돼

서울의 한 특성화고를 졸업한 이강훈(가명·26) 씨는 2005년에 고교를 졸업한 뒤 지금까지 5차례 직장을 옮겼다. ‘정보기술(IT)로 무장한 디지털 인재를 키운다’는 교육목표에 맞춰 3년간 열심히 관련 기술을 익혔지만 이 기술을 활용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나마 전공과 가까운 일을 한 건 용산전자상가에서 6개월간 사무직으로 일한 것뿐이다. 이 씨는 올 초부터 인쇄소에서 150만∼18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일한다.

이 씨는 한국의 직업학교인 특성화고 출신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특정 분야 인재나 전문 직업인 양성을 내건 특성화고의 취지대로 취업하는 졸업생은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5년 2월 특성화고를 졸업한 학생 중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398명의 진로를 추적 조사한 결과 이들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평균 4.63개의 일자리를 옮겨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개의 일자리에서 평균 1년 5개월간 일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모니터그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일자리 창출 경쟁력 조사에서 한국의 직업교육 인프라 경쟁력은 20개국 중 16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직업교육을 받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무역량 부문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28점으로 17위에 그쳤다. 1위(오스트리아·94점), 2위(스위스·92점), 3위(독일·82점)에 크게 뒤떨어진 수준이다. 모니터그룹은 “고등학생의 취업역량은 직업 교육과 현장의 연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며 “기업이 교육에 적극 참여하는 독일, 스위스와 달리 한국은 학교에 모든 직업교육을 맡겨놓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성화고의 교육 내용이 현장이 요구하는 역량에 못 미치다 보니 질 좋은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천의 한 특성화고 출신인 정모 씨(26)는 20여 개 아르바이트 일을 전전하다 서울 남대문시장의 주방용품 가게에서 한 달에 180여만 원을 받고 정규직으로 일했다. 하지만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1년 반 만에 그만뒀다.

직능원의 조사에 따르면 첫 직장에 비해 두 번째 이후의 일터에서 실질임금이 떨어진 특성화고 졸업생이 22.3%나 됐다. 첫 직장으로 상용직을 잡아도 임시직·일용직으로 옮겨 가거나(7.8%) 임시직·일용직에서 시작해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10.1%) 졸업생이 17.9%나 됐다. 특성화고 졸업생 중 첫 직장과 다른 직종으로 옮긴 경우도 69.7%나 됐다.

채창균 직능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당수의 특성화고 졸업생이 졸업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안정적인 고용상태로 못 나아가고 있다”며 “이들이 졸업 후 기업에 바로 적응할 수 있게 학교에서 직업 현장 위주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박중현 동아일보 경제부 차장

◇동아일보

▽논설위원실

박용 논설위원

▽편집국 경제부
김유영 유재동 이상훈 문병기 유성열 기자

▽편집국 산업부
장강명 염희진 정진욱 기자

▽편집국 사회부
김재영 김성규 기자

▽편집국 교육복지부
김희균 기자

◇채널A

▽보도본부 산업부

김창원 한정훈 기자

▽보도본부 경제부
하임숙 차장 천상철 기자

#청년드림#특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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