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기부 대상-방식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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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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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거릿 코디 기업사회공헌촉진위원장 방한 인터뷰

마거릿 코디 기업사회공헌촉진위원회 위원장이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 제공
마거릿 코디 기업사회공헌촉진위원회 위원장이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 제공
식품업체인 크래프트는 빈곤층에 식량을 배급하는 비정부기구(NGO)인 ‘피딩 아메리카’와 함께 최근 미국 전역에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을 배달하는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맥도널드는 어린이 비만 예방을 위해 지역 커뮤니티에 야외 운동공간을 지어주고 있고, 타임워너는 빈곤 문제 해결에 쏟던 비용을 젊은 예술가 지원에 몰아주기로 했다.

세 회사의 공통점은 자사(自社)의 사업과 밀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추구하는 사회공헌 트렌드이기도 하다.

코카콜라, 월트디즈니, 월마트 등 140개 글로벌 기업을 회원사로 둔 ‘기업사회공헌촉진위원회(CECP)’의 마거릿 코디 위원장은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많은 기업이 ‘무조건 퍼주던’ 식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가장 자신 있는 전문영역에 투자하는 것으로 사회공헌 방식을 바꾸고 있어요. 이제 한국 기업도 전략적으로 기부의 대상과 방식을 정해야 합니다.”

1999년 배우 폴 뉴먼이 설립한 CECP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13년째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확산 및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글로벌 기업의 사회공헌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한편 회원사 최고경영자(CEO)들을 한자리에 초청해 더 나은 기부 방안을 논의한다. 포럼의 초청을 받은 기업만 1년 단위로 가입할 수 있으며, 올해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삼성전자 미국 사업부가 유일하게 회원사로 활동 중이다.

코디 위원장은 한국생산성본부가 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연 ‘기업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사회적 변화’ 세미나의 기조연설차 방한했다. “한국 대기업이 (사회공헌을 하고 있는데도)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전략 없이 퍼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도 사회공헌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러 단체에 일괄적으로 나눠주기보다 기업의 사업과 연관된 단체에 같은 금액을 ‘올인(다걸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은 한국생산성본부가 최근 국내 327개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을 조사한 결과와도 일치한다. 국내 민간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매년 매출액의 0.07%에 해당하는 63억8000만 원을 사회공헌비용으로 쓰고 있다. 지난해 CECP 보고서에 따르면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비용 비율은 이보다 조금 많은 0.09%다. 문제는 국내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 국내 응답 기업 중 ‘자사의 비즈니스와 연계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는 곳은 41%에 그쳤다.

코디 위원장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사회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공헌도와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 기업의 기부를 냉소적으로 보는 사회에서는 기업 사회공헌도도 낮아집니다. 결국 기업의 사회공헌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사회의 몫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한국기업#마커릿 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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