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육아 ‘두 토끼’… 시스템 바꾸니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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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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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72% “양립 부담”… 해답 찾은 중소-대기업 2곳

일과 가정은 끝내 양립할 수 없는 평행선 위에 있는 걸까.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대·중소기업 308개사를 조사해 8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2.4%가 최근 강화되는 추세인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제도에 경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이 부담스럽다는 답이 가장 많았고(73.1%·이하 중복 응답), 3개월짜리 ‘가족 돌봄 휴직’(69.8%),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58.1%), ‘산전산후 휴가’(53.9%) 등도 부담스러워 했다.

대기업은 70.5%가, 중소기업은 74.2%가 “부담 된다”고 답해 부담감을 느끼는 데에는 대기업, 중소기업이 따로 없었다. 대한상의는 “직원이 쉬는 동안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인력을 구해도 숙련도가 낮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물긴 하지만 경영자의 의지와 이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혁신한 결과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회사들도 있다.

여직원이 웃어야 직원 30명이 모두 여성인 홍보업체 PR게이트. 홍보 업무에 강한 여성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 회사는 ‘임신 휴가’, ‘안식월’ 등 다양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PR게이트 제공
여직원이 웃어야 직원 30명이 모두 여성인 홍보업체 PR게이트. 홍보 업무에 강한 여성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 회사는 ‘임신 휴가’, ‘안식월’ 등 다양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PR게이트 제공
1999년 창립한 중견 홍보업체 ‘PR게이트’는 사장부터 막내까지, 직원 30명 전원이 여성이다. 이 회사는 임신부에겐 매달 월차 외에 ‘임신 휴가’를 하루씩 더 준다. 매달 적어도 이틀은 병원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아이를 유치원, 학교에 보내느라 출근이 힘든 직원들을 위해 월차는 원하는 대로 쪼개 쓸 수 있게 했다. 하루를 쉬는 대신 한 달에 5일을 평소보다 두 시간 늦게 출근하는 식이다.

3년에 한 번 돌아오는 안식월은 임신을 준비하는 여직원들에게 좋은 기회다. 올해 결혼을 앞둔 조국희 차장(31)은 “내년 임신계획에 맞춰 안식월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

강윤정 PR게이트 대표(40)는 “팀장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업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튼튼한 백업 시스템을 마련해 둔 것이 비결”이라며 “모든 업무는 3명씩 팀을 짜 맡도록 했고 10년차 이상 경력자들로만 구성된 ‘백업팀’을 따로 운영해 팀장이 자리를 비운 팀을 지원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 역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보니 일하면서 가정생활에도 충실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이 같은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설립 당시 입사했던 여직원 6명 모두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13년째 근속 중이다.

아이들도 행복해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사내 어린이집. 이 회사는 9월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가는 모든 여성 직원이 1년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까지 쓸 수 있도록 했다. 롯데그룹 제공
아이들도 행복해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사내 어린이집. 이 회사는 9월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가는 모든 여성 직원이 1년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까지 쓸 수 있도록 했다. 롯데그룹 제공
롯데그룹도 9월부터 출산한 모든 여직원을 대상으로 별도 신청 없이 1년간 쉴 수 있는 ‘의무 육아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롯데는 매년 전체 직원 7만 명 가운데 600명이 출산휴가를 떠난다. 이전까지는 3개월 출산휴가에 이어 1년 육아휴직을 쓰는 비율이 68%에 그쳤지만 이제 전원이 육아휴직을 떠난다.

이 역시 오너의 의지와 시스템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수한 여성 인재가 출산과 육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근무 여건과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신동빈 회장의 지론을 바탕으로 육아휴직을 의무화한 것이다.

휴직에 들어가는 여성 직원을 대신할 인력은 충원하지 않고, 떠난 사람의 일은 남은 팀원들이 나눠 처리한다. 인사팀 관계자는 “전 직원에게 ‘육아휴직은 언젠간 나에게도 보장되는 혜택’이라는 점을 꾸준히 홍보해 ‘업무 품앗이’가 가능한 기업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일-육아#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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