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주주 다툼에… 주민들만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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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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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서부이촌동 나중에”… 롯데관광개발은 “통합” 고수
대림-성원 아파트 주민 고통… 5년 넘게 재산권 행사 못해

‘단군 이후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사업추진 주체들 간의 알력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사업을 시행하는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이하 드림허브)의 최대 주주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이 사업추진 방식 등을 놓고 갈등을 겪으면서 현장에서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 이르면 12일 열릴 이사회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의 정상화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강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사업개발 방식이다. 코레일 측은 부동산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서부이촌동과 철도정비창을 통합해 개발하는 기존 방식으로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경우 분양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계적 개발’로 사업계획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롯데관광개발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결정한 대로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을 동시에 개발하자는 ‘통합개발론’을 고수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금 계획대로 추진하면 실패할 것이 뻔해 서부이촌동을 제외하고 사업성이 있는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식으로 사업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축 총면적 333만 m²인 상업시설을 한꺼번에 내놓으면 공급 과잉으로 미분양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분양을 하더라도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을 코레일 측은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단계적 개발을 추진하려면 서부이촌동 개발이 최소 3년 6개월 이상 지연되고 코레일 토지에 대한 이자비용 등이 증가해 사업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또 롯데관광개발 측은 “글로벌 투자자들 중 용산역세권 개발을 눈여겨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통합개발에 나서더라도 충분히 분양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의 드림허브 지분이 각각 25%, 15.1%로 코레일이 1대 주주지만 드림허브로부터 사업 추진을 위탁받아 실무를 추진하는 자산관리위탁회사(AMC)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은 롯데가 70.1%로 코레일(29.9%)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전체 사업에 대한 지분은 커도 설계, 발주, 보상, 분양 등 모든 실무를 추진하는 AMC의 지분이 적은 만큼 코레일 측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이 보유한 AMC 지분을 넘겨받으려 하고 있다. 당초 AMC의 1대 주주였던 삼성물산이 사업을 포기하며 롯데관광개발에 넘긴 지분(45.1%)을 회수해 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사업계획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주주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누구보다 애가 타는 것은 서부이촌동 주민들이다. 이주대책 기준일인 2007년 8월 30일 이후 사실상 거래가 끊긴 가운데 5년이 넘도록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다.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와중에 금융권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주택만 7월 20일 기준 대림아파트 12채, 성원아파트 6채 등 총 30채에 이른다. 또 서부이촌동 전체 2298채 중 54%에 이르는 1250채가 평균 3억4400만 원의 대출을 끼고 있다. 월평균 140만 원 이상의 이자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주주 간 갈등으로 보상시기가 더 늦어질 경우 이들의 금융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드림허브 이사회는 이르면 12일 열릴 예정이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용산역세권개발㈜의 경영권 쟁탈전 승자 등이 사실상 결정된다. 송득범 코레일 사업개발본부장은 “이번 이사회에서도 AMC 지분 인수안이 통과가 안 돼 단계적 개발에 돌입하지 못할 경우 사업에서 빠져 땅 주인으로서의 권리만 행사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용산#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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