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CEO 보육센터’ 졸업 6개월만에 매출 290억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창업사관학교 1기생 눈부신 활약


지난해 2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신용수 씨(28)는 취업을 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친구들과 달리 새로운 학교에 입학하기로 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였다.

신 씨는 2010년 가을 뜻밖의 사기를 당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수중(水中) 3차원(3D)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었던 그는 국내에서는 관련 장비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6개월간 꼬박 방에 틀어박혀 장비를 개발했다. 그런데 그 설계도를 제조업체에 뺏기고 만 것이다. 그는 민사소송을 준비하다 ‘아직 젊으니 차라리 창업을 하자’고 마음먹고 이듬해 3월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생으로 입학했다.

졸업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신 씨는 연 매출 2억 원을 바라보는 수중 3D 장비업체 ‘3D아이픽처스’의 사장이다.

○ 매출, 고용 인원, 지식재산권 ‘쑥쑥’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창업을 준비하는 39세 미만 청년들을 선발해 창업계획 수립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1기생 241명은 학교에서 사업 준비 3개월, 제품 개발 6개월, 졸업 준비 3개월 등 1년간의 과정을 거치면서 평범한 학생, 직장인에서 창업가로 변신했다.

변리사, 벤처캐피털 임원 등 전문가로 구성된 코치진과 교수들은 매달 이들의 창업활동을 평가했다. 사업화 진척도와 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평가해 총점이 100점 만점에 60점 밑으로 떨어지면 곧바로 퇴교당하는 ‘무시무시한’ 과정이다. 실제로 두 차례 중간평가와 졸업 직전 최종평가에서 29명이 퇴교당하거나 자진 포기했다.

끝까지 살아남은 212명은 3월 각자 사업체 대표가 돼 졸업했다. 평균 나이 33.6세의 야심만만한 청년 창업가들이 배출된 것이다.

학교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졸업 후에도 3개월 단위로 이들의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졸업 후 홀로서기 6개월째를 맞는 현재, 이들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이들 212명이 올린 매출액 누계는 졸업을 앞둔 지난해 말 140억 원에서 올해 3월 219억 원으로, 6월에는 290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들이 창출해낸 일자리도 지난해 12월에는 본인을 포함해 550명에 그쳤지만 올해 3월에는 657명으로 늘었고 6월에는 682명이 됐다. 출원한 지식재산권 건수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2월 342건에서 올해 3월 704건, 6월에는 758건으로 껑충 뛰었다.

우철웅 중진공 기술창업처 과장은 “일반적으로 창업 기업이 신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내기까지 평균 3년이 걸리는데 졸업생들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활동 중인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 졸업생들이 말하는 모교

1기 졸업생들은 학교의 커리큘럼을 ‘창업 과정의 교과서’라고 부른다. 강지훈 씨(40)는 “의욕만 앞세워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다 잘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울산대 재료공학박사 출신인 그는 2005년 한 차례 창업을 했다가 2년 만에 접은 아픈 경험이 있다. 그는 “어떤 사업 아이템을 선택할지, 연구개발 자금은 어떻게 확보할지 등 짜임새 있는 교육과정을 거치고 나니 과거 왜 실패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고 돌이켰다. 강 씨가 창업한 고기능성 척추치료기기 제조업체 강앤박메디컬은 창업 1년 만에 1억5000만 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직원도 4명 채용했다.

특수카메라를 이용해 360도 시청이 가능한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김윤정 카몬 대표(36·여)도 학교에서 ‘창업의 ABC’를 배웠다고 했다. 그는 “영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회사에만 다니다 보니 직접 창업하는 과정이 이처럼 복잡한지 몰랐다”며 “제품 개발부터 회계, 재무까지 사회에서 돈 주고 배울 수 없는 노하우를 압축해 배웠다”고 설명했다. 카몬은 현재 국내 주요 방송사 및 음원유통사와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신용수 사장은 1기 졸업생들의 끈끈한 동료애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동문회를 만들어 졸업 후에도 한 달에 한 번은 학교를 찾아갑니다. 대학생, 박사, 직장인 등 출신은 다르지만 같은 꿈을 꾸기에 서로 돕고 좋은 정보를 나누는 ‘파트너’들이지요.”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채널A 영상] “견제 NO! 노하우 공유해 드려요” 경험 나눠주는 선배 창업자들


#청년창업사관학교#CEO 보육센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