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채 키워드… 삼성 ‘그룹상식’, SK ‘패기’, 한화 ‘상황판단’, 두산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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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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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부터 하반기 대졸 공채… 서류전형 문턱은 낮아져


취업준비생 임모 씨(26·연세대 4학년)는 다음 달 16일 삼성그룹 대졸 신입사원 공채의 직무적성검사(SSAT)를 앞두고 요즘 기출문제집을 푸느라 한창이다. 임 씨는 “SSAT 응시일이 얼마 남지 않아 몇몇이 모여 시간을 정해놓고 모의고사를 보며 대비하는 친구들도 많다”며 “정해진 답도 없고 시험 결과도 공개되지 않아 구직자 입장에서는 준비하는 데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 국내 대다수 주요 기업들의 하반기(7∼12월) 대졸 공채가 시작된다. 상당수 기업들이 ‘열린 채용’을 지향하면서 서류전형 문턱을 크게 낮추고 그 다음 관문인 인·적성검사를 까다롭게 하는 추세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인·적성검사를 통해 평균 30%의 지원자를 추려내는 것으로 취업정보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국내 인·적성검사의 대표주자는 1995년 삼성그룹이 도입한 SSAT다. 상반기(1∼6월) 대졸 신입사원 공채 때 SSAT를 치른 구직자만 5만여 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상반기 전문대 및 대졸 구직자 규모가 15만∼2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가 응시한 셈이다. 그래서 구직자들 사이에선 ‘삼성고시’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이렇듯 응시자가 많은 건 문호가 넓기 때문이다. 삼성은 학점과 공인영어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모든 대졸자에게 응시 기회를 준다. 삼성 관계자는 “시험 관리에 큰 돈이 들 수 있지만 서류심사만으로 놓칠 수 있는 ‘숨은 보석’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SAT는 외부업체가 아닌 삼성 공채 출신 직원들이 직접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성검사에는 삼성에 대한 기초 지식을 묻는 상식 문제가 포함된다.

중고교시절 치른 지능검사나 진로검사와 비슷하면서도 정답이 뭔지 아리송한 인·적성검사는 업그레이드된 필기시험이다. 1990년대 중반 입사 필기시험과 다른 점이라면 전공지식을 묻는 대신 각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를 추려낸다는 것.

SK그룹의 ‘SK종합적성검사’에서 인성검사 항목은 무려 500문항에 달하는데 패기와 경영지식을 묻는 질문이 많다. 가정과 건강 등 자기관리를 묻는 질문도 있다. 한화그룹의 한화인적성검사(HAT)는 인성, 적성 검사 외에도 비즈니스 상황별 대처 능력을 묻는 상황판단 검사가 포함돼 있다. 한 채용 전문가는 “건설, 화학 등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이어서 도전정신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직무적성검사(DCAT)는 마지막 과목이 한자시험이어서 요즘처럼 한자에 익숙지 않은 구직자들에게 ‘악명’이 높다. 두산 관계자는 “중국 등 한자 문화권과 연계된 사업이 많기 때문에 한자시험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DCAT에는 조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던져주고 그때 본인과 상대방이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해 고르는 식의 정서역량 검사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적성검사(HKAT)는 자동차산업이 융·복합되어가는 추세에 맞춰 지각, 언어, 응용, 창의 등 9개 영역에 걸쳐 다양한 문항이 출제된다. 오답에 마이너스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는 만큼 모르는 문항은 그냥 비워두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 채용 전문가의 조언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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