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0년]한국의 미래, 중국에 있다… 성장하는 중국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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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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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0주년… 동반자에서 경쟁자로 마주 선 양국경제

한중수교가 이뤄진 지 20년. 중국은 한국의 전략적 동반자가 됐다. 경제적 협력은 더욱 긴밀해서 중국 없는 한국경제란 상상하기 힘들다. 2009년 말 베이징의 한 가전 매장에서 직원들이 신년 대목을 앞두고 삼성전자 휴대전화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 DB
한중수교가 이뤄진 지 20년. 중국은 한국의 전략적 동반자가 됐다. 경제적 협력은 더욱 긴밀해서 중국 없는 한국경제란 상상하기 힘들다. 2009년 말 베이징의 한 가전 매장에서 직원들이 신년 대목을 앞두고 삼성전자 휴대전화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 DB
5월 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에 장기 출장을 다녀온 뒤 삼성은 강도 높은 위기경영 체제에 들어섰다. 그룹 안팎에선 ‘제2의 신(新)경영’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그룹 수뇌부가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으로 재편됐다.

이들이 처음으로 가진 공식적인 대외일정은 6월 중순 중국의 차기 권력인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를 방문해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일이었다. 지난해 중국에서 5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삼성그룹은 현지에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첨단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재계는 이를 두고 “삼성의 미래가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이 중국과 수교를 맺은 지 20년. 이제 우리 경제는 중국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관계가 됐다.
○ 중국에 사활 건 기업들

1992년 이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중국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며 역량을 집중해 왔다. 국내 기업들의 대(對)중국 투자는 지난해 36억 달러로 수교 전인 1990년보다 220배나 급증했다. 신규 투자법인 수도 1990년에는 24개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827개로 34배로 증가했다.

중국 투자는 전체 해외 직접투자 가운데 금액 기준으로 19%를 차지해 미국(20%)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업체 수 기준으로는 42%로 단연 1위다.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얻은 중국에서의 성과를 발판으로 글로벌 톱 기업 자리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다소 늦은 시점인 2002년 중국에 공식 진출한 현대기아자동차는 중국에서의 비약적인 성장에 힘입어 ‘글로벌 톱5’의 자리를 다졌다. 10년여 만에 폴크스바겐, GM에 이어 중국 내 ‘톱3’에 오른 현대기아차의 빠른 성장에 ‘셴다이쑤두(현대속도·現代速度)’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현대기아차는 2016년까지 연간 173만 대 생산체제를 현지에 구축해 현지화를 가속화한다.

SK그룹은 아예 중국에 ‘제2의 SK’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현지 사업을 총지휘하는 SK차이나를 설립했다. 1980년대 말 수교 준비 단계부터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SK그룹은 고 최종현 전 회장에 이어 아들인 최태원 회장에 이르기까지 2대에 걸쳐 중국에서 그룹 성장의 열쇠를 찾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20여 년간 1만2000여 회사가 중국에 진출해 ‘차이나 드림’에 도전하고 있다. 초기에는 대기업의 현지 생산기지를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중국에 진출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 투자를 상대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 동반자에서 경쟁자로

지난 20년 사이 중국과의 교류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대중(對中) 무역은 64억 달러에서 2206억 달러로 35배가 됐다.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20년 동안 한국이 올린 흑자 규모는 2725억4000만 달러(약 307조9702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에서 올린 흑자 2396억 달러보다 13.4% 많은 액수다. 단순히 계산하면 중국과의 무역이 없었더라면 한국의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중국은 한국 기업에 가장 중요한 동반자로 여겨졌다. KOTRA가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한국과 중국 기업 822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기업 중 82.2%가 중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꼽았다. 중국 기업 역시 일본과 인도를 제치고 한국을 가장 중요한 국가로 생각한다(41.0%)고 답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다국적 기업의 생산기지에 머물지 않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서 동반자가 아닌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내 다국적 기업이 생산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제품이 세계를 지배했다면 이제는 중국 기업이 생산하는 ‘메이드 바이 차이나(made by China)’ 제품이 확산되면서 한국 기업과 경쟁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국내 조선(造船) 산업이 먼저 된서리를 맞았다. 중국은 ‘자국 물동량은 자국 배가 처리한다’는 뜻의 ‘국수국조(國輸國造)’ 정책을 내놓고 조선 산업을 육성했다. 동부 연안 도시에 우후죽순 격으로 조선업체가 생겨났고 중국 조선업체들의 수주량이 한국의 현대중공업을 넘어서며 국내 조선 산업을 위협했다. 석유화학, 기계, 철강 등의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중국석유화공, 중국석유 등 50개가 넘는 기업이 포천 500대 기업에 포함됐다.

대만의 하이테크 기업과 중국의 자본이 만난 ‘차이완(차이나+타이완) 기업’들도 한국의 LCD, 반도체 대중국 수출에 위협적 요소가 되고 있다. 대만의 훙하이(鴻海) 그룹은 일본 샤프와 함께 중국에서 신규 스마트폰 생산에 나섰고, 일본 세븐일레븐은 대만의 퉁이(統一) 그룹과 함께 중국에 진출하는 등 중국을 배경으로 한 경쟁구도는 날로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중국을 더이상 생산기지가 아닌 내수시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이 금융 허브(hub)로 급부상하고 주요 2개국(G2)으로서 글로벌 시장의 규칙 제정자(Rule setter)로 떠오르는 만큼 새로운 한중 협력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도 한다. 권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 한중 관계는 경제적인 실리를 얻기 위해 제조업 중심의 수직적 분업에 머물러 왔다”며 “이제는 수평적 협력관계로서 제조업은 물론이고 금융, 서비스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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