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와 상생 외치더니… 대기업 보증지원 시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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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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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금액의 34%만 출연… 대기업들 “기금 아직 남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자 대기업과 주요 은행은 2009년 4월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보증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대기업이 추천한 우수 협력기업 중 신청 기업에 한해 신보와 기보가 보증료 및 보증비율을 우대해 지원하고 그 비용을 사후 대기업이 출연하는 내용이다. 대기업 9곳과 은행 4곳 등 총 13곳이 모두 966억5000만 원을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신보와 기보는 이 돈을 보증 삼아 모두 1조5947억 원의 돈을 중소기업에 지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이 22일 신보와 기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과 은행은 2009년 4월 이후 지금까지 330억4000만 원을 출연했다. 원래 약속한 금액의 34.2% 수준이다. 협약 첫해인 2009년에는 신보와 기보가 상생보증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에 4597억 원을 보증 지원했으나 2010년 212억 원, 2011년 111억 원, 올해 7월까지 66억 원을 대출하는 등 매년 급감해 대기업들이 첫해 시늉만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들은 첫해 출연한 기금이 남아있어 추가 출연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다.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는 “기금 출연 당시 금융위기가 생각보다 빨리 마무리돼 자금난을 겪는 협력업체가 많지 않은 데다 기금을 가져다 쓰는 중소협력업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도 “초창기 기금이 아직 소진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중소기업 측 주장이다. 신보와 기보는 대기업들이 추천한 회사만 지원해줄 수 있다. 대기업들이 추천한 회사 중에서 신청을 받아 보증지원을 하는데 대기업 추천 회사 중 이를 신청한 비율은 13.8%에 불과했다. 대기업 대부분이 자금 여력이 탄탄한 1차 협력업체만 추천했고 굳이 보증지원이 필요 없는 이 업체들이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아 자연스레 출연 기금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2, 3차 협력업체까지 지원하는 포스코의 경우 약정액 100억 원 중 63억 원을 출연해 협약을 맺은 기업과 은행 중 가장 출연비율이 높았다.

기보 관계자는 “대기업의 추천이 없으면 보증이 안 되기 때문에 기보는 많은 중소기업에 지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2, 3차 협력업체까지 지원할 수 있다면 대상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대기업들이 1차 협력업체 위주로 추천하면서 생색만 내고 있다”며 “보증 대상을 2, 3차 협력업체로 확대하고, 기업 추천권을 대기업만이 아니라 보증기관에도 부여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상생#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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