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모델차-폐차 부품 뜯어내 85% 재생

  • Array
  • 입력 2012년 8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현대차 리사이클링센터 가보니

현대자동차 리사이클링센터에서 현대차 직원이 차량을 해체하고 있다. 차에 쓰인 각종
금속 및 유리, 윤활유 등은 자동차 부품이나 건설용 자재로 다시 태어난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리사이클링센터에서 현대차 직원이 차량을 해체하고 있다. 차에 쓰인 각종 금속 및 유리, 윤활유 등은 자동차 부품이나 건설용 자재로 다시 태어난다. 현대자동차 제공
최근 기자가 찾은 경기 화성시 장덕동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내 리사이클링센터 앞에는 9월 출시 예정인 기아자동차 ‘K3’가 앞뒤로 위장막을 쓴 채 폐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K3는 ‘포르테’의 후속 모델이다.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도 않은 ‘신상’이 폐차 대열에 선 까닭은 무엇일까.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를 개발하는 동시에 폐차에 대비해서 차량을 손쉽게 분해해 리사이클링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물론 보안 유지를 위해 개발 과정에서 만든 시험 모델을 리사이클링센터에서 분해하는 일도 있지만 처음부터 폐차를 염두에 둔다는 설명이었다.

총면적 4950m²(약 1500평) 규모의 현대차 리사이클링센터는 2005년 유럽과 국내 환경 관련 법규에 맞는 친환경 폐차 처리장으로 세운 국내 최초의 폐차 시설이다. 연구소에서 시험 생산된 차량에 대한 폐차 작업을 할 뿐 아니라 청정기술개발팀 연구인력 34명이 매일 8대의 차량을 직접 분해하며 자동차 재생기술을 개발하는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수명이 다한 자동차는 움직이는 ‘도시 광산’이나 마찬가지다. 1.5t 안팎의 중형차 한 대에서 얻을 수 있는 금속이 883kg에 이른다. 이 밖에도 비철금속 128kg, 플라스틱 45kg, 유리 36kg 등 버려진 차에서도 ‘돈’ 되는 자원을 건질 수 있다.

리사이클링센터 안에는 ‘쏘나타’가 해체를 기다리고 있었다. 투명 방음막 안에 들어간 쏘나타는 조작 버튼 하나에 6개의 에어백이 차례로 터졌다. 조희욱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청정기술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에어백에 쓰인 나일론은 캐니스터(일종의 배기가스 정화통)나 수납함 소재로 다시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4, 5명의 인원이 자동차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범퍼를 떼어내고, 엔진을 들어내고, 차 내부의 복잡한 전선을 끄집어내자 자동차 한 대가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재생할 수 있는 부품을 걸러낸 자동차 강판은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H형강 등 건설용 철강제품 원료로 재활용된다. 이렇게 되면 자원 순환고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자동차 품질이 나날이 향상되면서 리사이클링 기술도 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차량 내구성이 좋아지면서 폐차 기술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장착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2015년까지 폐차 중량의 95% 이상을 리사이클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자동차 리사이클 효율은 85%로, 독일 선진 자동차업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i30’ ‘뉴 쏘렌토R’ 등 5개 차종이 세계적인 자동차 환경평가 인증기관인 독일 튀프노르트로부터 자동차 원자재에서 제조,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 걸쳐 친환경성을 인정받는 ‘전 과정 환경성 평가’ 인증을 받았다.

홍병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청정기술개발팀장은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자동차 리사이클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투자하는 회사는 현대차가 유일하다”며 “세계적으로도 주택 다음으로 비싼 자산인 자동차에 대한 친환경 욕구가 높아지는 만큼 업계뿐 아니라 소비자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성=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박요진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졸업  
#현대자동차#리사이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