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멍키프루프’ 해석 해프닝과 지식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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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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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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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문제의 원인은 상당 부분 커뮤니케이션 실패에 있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글로벌화로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에 속한 기업들과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21세기에는 단어 하나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조차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용어 정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얼마나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는 미국의 한 설비업체와 아시아 소재 정유회사 간에 ‘멍키프루프(monkey-proof)’라는 단어를 두고 벌어졌던 해프닝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설비가 들어설 입지에 원숭이들이 많이 서식해 항상 골치를 앓던 아시아 정유회사는 “원숭이(monkey)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장비를 건드려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만큼(-proof) 설비가 튼튼한가”를 미국 업체에 묻기 위해 이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미국 회사는 이 질문을 “원숭이도 쓸 수 있을 만큼 장비가 쉽게 만들어졌는가”라고 받아들였다. 멍키프루프라는 단어가 ‘바보라도 다룰 수 있을 만큼 쉽고 간단하다’는 뜻의 ‘풀프루프(foolproof)’와 비슷한 표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회사는 설비의 내구성을 높이기보다 소비자의 니즈와는 별 상관없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했다. 단어 하나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중요한 기업 전략의 방향을 바꾼 황당한 사례다.

커뮤니케이션 실패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개념 중 하나가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다. 일단 무언가를 알게 되면 자신이 과거에 그걸 몰랐을 때를 생각하지 못해 지식의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일단 무언가를 알고 나면 알지 못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상상하지 못하고 듣는 사람의 심정도 잘 헤아리지 못한다. 당연히 자신의 지식을 타인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즉 머릿속에 있는 정보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막는 ‘저주’를 내려 아직 그 지식을 모르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갖게 한다.

지식의 저주는 1990년 스탠퍼드대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딴 엘리자베스 뉴턴의 실험에서 유래됐다. 뉴턴은 실험을 위해 미국 국가, 생일축하 노래, 반짝반짝 작은 별 등 미국인이 잘 아는 노래들을 골랐다. 이후 A그룹에 노래 제목을 알려주고 원하는 노래의 리듬에 맞춰 책상을 두드리도록 했다. 반면 B그룹에는 곡명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A그룹이 책상을 치는 소리만 듣고 노래 제목을 맞혀 보라고 주문했다. B그룹의 정답률은 2.5%에 그쳤다. 곡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는 B그룹엔 A그룹의 책상 두드리는 소리가 무의미한 소리로만 들렸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A그룹의 반응이다. A그룹에 “B그룹이 정답을 맞힐 확률은 얼마나 될까”라고 묻자 “50%는 맞혔을 것”이라고 답했다. 리듬과 멜로디가 이미 머릿속에 있는 A그룹은 상대편도 어렵지 않게 답을 맞힐 수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다.

뉴턴의 실험에 따르면, 예를 들어 미국 국가와 생일축하 노래를 혼동하는 B그룹을 본 A그룹 사람들은 “바보같이 어떻게 이렇게 쉬운 것도 못 맞힌단 말인가”라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웬만큼 사회생활을 한 사람이면 “이렇게까지 구구절절 설명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라고 윽박지르는 상사를 한 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사의 질책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용어 정의, 개념 정의처럼 매우 기초적인 커뮤니케이션 단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상대방이 집중을 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애초에 토론할 마음이 없어서일 수도 있으며, 정말 모자라고 멍청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자신이 지식의 저주에 사로잡혀 “뭐 이런 것도 모르나”라며 상대방을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건 바로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성찰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10호(2012년 8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상대방이 거짓말 전략 쓴다면…

▼ 영화 속 게임 이론


아무도 거짓말을 못하는 세상에서 당신만 유일하게 거짓말을 할 줄 안다면 어떻게 될까? 2009년 개봉한 영화 ‘거짓말의 발명’은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상대방이 모두 진실만을 말할 때 나만 혼자 거짓말을 할 수 있다면 최대한 거짓말을 남발하면서 내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정답이다. 게임이론의 표현으로는 거짓말이 바로 절대우위전략, 즉 상대방의 행동 여하에 관계없이 언제나 내가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 된다. 하지만 만약 상대방도 조금씩 거짓말의 기술을 터득하게 된다면 당연히 전략에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영화 이야기를 통해 절대우위 전략의 개념과 경영 현장에서의 적용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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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완벽히 맞춤화한 상품을 적절한 경로를 통해 고객에게 권하는 일은 마케팅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최근 상세한 고객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마케팅의 이상향을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작업은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최선의 상품 제안’을 뜻하는 ‘NBO(Next Best Offer)’이다. NBO를 만들기 위한 기술과 전략이 계속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하루빨리 이용하지 않는 기업은 조기에 NBO를 받아들인 경쟁 기업에 고객을 뺏길 수밖에 없다.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는 최적의 상품 제안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했다.
#멍키프루프#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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