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개인정보 유출 5개월간 몰랐다”…집단 소송 줄잇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9일 15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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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업계 최대규모…유출 정보 폭 넓고 유출 목적 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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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업계 국내 2위 사업자인 KT의 휴대전화 가입자 870만 명의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돼 소비자들이 충격을 받은 가운데, KT가 정보 유출이 시작된 지 다섯 달이 지나서야 이를 눈치 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이동통신 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인데다 기존과 달리 유출된 개인정보의 폭이 넓고 유출의 목적이 텔레마케팅(TM)으로 특정되는 까닭에 소비자의 집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29일 경찰청과 KT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5개월간 휴대 전화 고객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해커 2명을 구속하고 이를 판촉에 활용한 업자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KT의 휴대전화 전체 가입자 수는 1600여만 명으로 이들 중 절반 이상의 정보가 유출됐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의 대부분인 780만 명은 여전히 KT의 가입자다.

유출된 개인정보의 범위는 주민등록번호와 고객 성명, 휴대전화 번호 등 기본적인 개인 정보 외에도 이동통신 가입 혹은 해지에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포함한다.

휴대전화 가입일, 고객번호, 가입 단말기의 모델명, 현재 요금제, 기본요금, 요금 합계, 기기 변경일 등의 정보까지 유출됐다.

유출된 개인 정보를 받은 텔레마케팅 업자들은 이를 요금제 변경이나 기기 변경, 요금제 상향 조정 등을 권유하는 데 사용했다.

이런 까닭에 가입자들은 이유를 모른 채 자신의 휴대전화 가입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는 텔레마케터들의 스팸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까지의 개인정보의 대량 유출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유출된 개인 정보의 이용 방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특히 충격적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 게시판이나 IT전문 게시판 클리앙 등에는 "어쩐지 휴대전화 바꾸라는 전화가 왜 이렇게 많이 오나 했다"(ID maxf****), "본보기로라도 집단소송 해야 한다"(헤이즐넛개암님), "전문적인 해킹이라서 막을 수 없었다는 식의 KT의 변명이 기가 막히다"(angk****) 등 KT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KT는 특히 개인정보 유출이 시작된 지 다섯 달이 지나서야 유출 사실을 눈치 챘다는 점에서 허술한 개인정보 보호 체계에 대한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해커들은 고객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해킹하지 않은 대신 영업대리점이 KT의 고객정보시스템을 조회하는 것을 가장해 조금씩 고객정보를 빼냈고, KT는 뒤늦게 내부 보안 점검을 통해 해킹 사실을 파악했다.

KT는 이날 발표한 사과문에서 "고객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하지만 기존의 단기간 대량 유출방식과 달리 매일 소량씩 장기적으로 유출했기 때문에 해킹에 의한 유출사실 인지가 더욱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고객정보 유출사건과 관련해 정보통신망법상 KT의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의무 위반 여부도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T는 개인정보 관리뿐 아니라 사건 발생 후 대처도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T는 자사 홈페이지(www.olleh.com)를 통해 개인정보 침해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사건이 알려진 후인 이날 오전 약 2시간 동안 해당 웹사이트는 '서비스 점검 중'이라는 문구만 띄워 피해를 우려하는 가입자들을 답답하게 했다.

2년 넘게 KT 가입자라는 주부 황재은(38)씨는 "믿고 맡겼던 개인 정보가 유출됐는데 KT는 '유출된 개인 정보가 회수됐다'는 성의 없는 답변만 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와 KT의 향후 대처를 보고 집단소송이 추진되면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정석화 수사실장은 "KT의 과실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피해자와 액수가 많다는 점 등에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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