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머니 턴 ‘금융사 탐욕’ 딱 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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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 감사서 부당이득 수십조원대 적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잇속을 차려온 금융회사들의 탐욕이 감사원 감사 결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감사원이 23일 발표한 ‘금융권역별 감독실태’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학력이 낮은 사람에게는 낮은 신용등급을 매겨 대출을 거절하거나 더 많은 이자를 내게 했다. 고졸 이하 대출자에게 13점을 준 신한은행은 석·박사 학위자에게는 54점을 줬다. 고졸자 신용평점이 석·박사의 4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신용평점은 곧바로 대출 금리와 대출 승인에 영향을 준다. 신한은행이 2008∼2011년 개인 신용대출을 거절한 4만4368명 가운데 1만4138명(31.9%)은 학력이 낮아 돈을 못 빌렸다. 이들이 신청한 대출금은 1241억 원이다. 특히 신한은행이 이 기간 중 15만1648명에게 내준 개인 신용대출 가운데 7만3796명(48.7%)은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이자를 17억 원 더 냈다.

또 은행들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나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등으로부터 5영업일 이상 단기연체한 정보를 받아 신용등급 평가에 고스란히 반영하는 방법으로 대출금리를 높였다. 감사원 분석 결과 이들 단기연체자는 대부분 한 달 안에 돈을 갚는 것으로 나타났다. 7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자 3649명 중 777명이 단기연체를 신용등급에 반영해 대출금리가 0.1∼3.2%포인트 올랐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5일만 원리금을 늦게 갚아도 신용등급을 낮추는 은행들은 연체된 원리금을 갚는 등 신용등급을 회복시켜 줘야 할 사유가 생겼는데도 이를 은행연합회에 늦게 보고하거나 아예 알리지 않은 사례가 875건 적발됐다. 이 때문에 274명의 신용등급이 1등급 이상 낮게 매겨져 대출금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또 은행권은 기준금리가 하락한 때에도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 대출 이자를 받아 20조4300억 원의 대출이자를 더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금융위기 이전(2003년 1월∼2008년 9월)과 금융위기 이후(2008년 10월∼2011년 12월)의 은행권 가산금리를 비교한 결과 가계 부문은 1.73%에서 2.57%로, 기업 부문은 1.78%에서 2.71%로 올랐다. 특히 은행들은 유동성프리미엄이라는 항목을 신설하거나, 우대 금리 폭을 축소하고 목표이익률을 인상하는 등의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가산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험사들은 변액보험 가입자들로부터 필요 이상으로 많은 운용보수를 거둬 6892억 원의 이득을 챙겼다. 보험사는 변액보험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 중 일부를 자산운용사에 맡기면서 운용보수를 자산운용사에 지급한다. 보험사들은 2009년 4월부터 2011년 말까지 가입자들로부터 총 9033억 원의 운용보수를 받아 이 중 2141억 원만 자산운용사에 지급하고 남은 돈 6892억 원은 모두 챙겼다. 삼성생명이 1437억 원을 챙겨 가장 많았고 교보생명 1076억 원, 대한생명 792억 원 순이었다.

이런 수법으로 2009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3년 동안 금융회사들이 챙긴 부당 이득이 수십조 원대에 이르지만 금융회사를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적발해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와 한통속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금융사#부당이득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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