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가 미래다]삼성그룹, 기술-특허경쟁서 한발 더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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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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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이 반도체 설계도에 해당하는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이 반도체 설계도에 해당하는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앞으로 예상하지 못할 변화들이 나타날 것이다. 동종에서 이종 경쟁으로, 기업 간에서 기업군 간의 경쟁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월 신년사를 통해 밝힌 생각이다. 이 회장의 생각처럼 전통적인 기업 간 경쟁구도는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최고 강자가 2년여 만에 주저앉았고,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들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그 사이 삼성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언제든 그 위치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도 삼성그룹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유럽 출장을 다녀온 뒤에도 “(유럽의 경제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좀더 나빴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구성원들에게 1993년 이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하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외쳤던 것 이상의 혁신에 나서고 있다.

혁신의 키워드는 연구개발(R&D)이다. 삼성그룹은 올해 47조8000억 원의 투자금액 중 13조6000억 원을 R&D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10년 뒤에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고, 경쟁기업들과의 격차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계열사들도 이 같은 인식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R&D 투자와 특허관리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기술과 특허 경쟁에서 한발 더 앞서가기 위한 행보의 일환이다.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하반기 글로벌 전략협의회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위한 기술 리더십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의 약 6.3%인 10조3100억 원을 R&D 분야에 투자했으며, 올해도 그 이상으로 금액을 늘릴 계획이다.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미국의 반도체 개발사인 그란디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주 영국의 반도체 회사인 CSR(케임브리지 실리콘 라디오)의 모바일 부문까지 1년 새 5건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내실을 다지는 활동도 진행 중이다. 현재 경기 수원시 디지털시티에는 R5 연구센터를 짓고 있다. 센터가 준공되는 2013년이면 이곳은 약 2만3000명이 상주하는 글로벌 연구개발의 메카로 거듭나게 된다.

이달 초 새로 법인을 설립한 삼성디스플레이도 R&D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소니와 합작법인이던 S-LCD가 합병된 세계 최대 규모의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이다.

제일모직은 올해 ‘최고의 효율과 성과를 내는 강한 기업’을 목표로 삼고 케미컬, 전자재료 등 사업부별로 특화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6월 미국의 명문 대학을 돌며 채용설명회를 열고 첨단소재 사업의 해외 우수 석박사급 인재 유치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SDI는 2차전지와 태양광에 무게중심을 둔 친환경 전자화학 융·복합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R&D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 설비에 특화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고품질의 제품을 내놓기 위해 R&D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부품 개발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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