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리튬 확보한 건 ‘3차 산업혁명’ 대비용이죠”

  • Array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권오준 포스코 사장

라파스=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라파스=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리튬은 신재생에너지의 저장창고 역할을 할 겁니다.”

권오준 포스코 사장은 5일(현지 시간)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리튬이온전지의 핵심소재인 양극재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R&D) 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한 직후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포스코가 남미에서 리튬 확보에 나선 것은 장기적으로 스마트그리드의 시대가 올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밝혔다.

리튬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소재로, 에너지를 네트워크를 통해 시의적절하게 공급하는 스마트그리드 기술에 반드시 필요하다.

▶본보 7일자 A8면
38시간 협상 피말린 밀고 당기기… 볼리비아 리튬 마침내 손에 쥐다


권 사장은 “원자재 가격이 급속히 오르는 상황에서 철강산업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결국 철강은 원자재 확보가 쉬운 해외에서 생산하고 포스코는 소재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결합한 그린시스템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포스코의 미래 생존전략이다. 이로 인한 영향으로 포스코 내에서 전통적으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던 원료 구매부서의 힘은 약화되고 성장투자 파트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사업전략은 최근 세계적인 석학인 제러미 리프킨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이를 저장한 뒤 네트워크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이른바 ‘3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개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올 3월 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기술총괄 담당이자 사실상 정준양 회장에 이은 회사의 2인자로 향후 포스코의 사업 방향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려는 포스코가 국내 기업들의 영역과 다툼을 벌이게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권 사장은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포스코는 리튬이온전지의 완제품이 아니라 소재인 양극재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며 “국내의 선두주자인 삼성SDI나 LG화학 등과 직접적인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아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고려아연과 같은 국내 기업이 진출한 분야로도 사업을 펼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권 사장은 최근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줄면서 포스코의 경영이 악화됐지만 조만간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포스코가 생산하는 스테인리스의 주원료인 니켈을 폐기물에서 추출하는 기술이 공개되면 세계 니켈 시장을 제패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신사업에 나설 때 출자사를 통하지 않고 포스코가 직접 투자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권 사장은 “출자사를 통해 신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포스코의 주식은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제는 포스코가 직접 투자에 나선 뒤 일정 부분 성장하면 독립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정 회장이 정권 실세의 청탁을 들어줬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다”며 일축했다. 권 사장은 “포스코 내에는 회장이 바뀌면 자신이 이익을 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억지 과장 소문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0년 10월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 꼭 필요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권 사장은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은 철광석을 싸게 사고 철강 완제품을 해외에 내다파는 게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대우인터내셔널에 딸린 봉제공장, 백화점 등의 중소업체 등 철광산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회사들은 모두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파스(볼리비아)=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포스코#권오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